비폭력은 도덕규칙?…"적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

입력 2018-05-31 19:18  

비폭력은 도덕규칙?…"적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
신간 '21세기 시민혁명'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비폭력 투쟁은 대개 시민들의 놀라운 도덕적 성과로 포장되곤 한다. 혹은 간디 같은 평화주의자의 철학이나 도덕규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신간 '21세기 시민혁명'(갈마바람)은 비폭력이야말로 적과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폭력 투쟁가 전쟁을 반대하는 작은 집단의 신조가 아닌, 실용적인 투쟁 무기로서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 혁명'을 경험한 한국 사회와도 여러 지점이 겹쳐 보이는 주장이다.
진보 단체 등에서 연구원과 활동가로 일한 저자 마크 엥글러와 폴 엥글러는 역사 속 다양한 비폭력 투쟁 사례들을 통해 어떤 '전략'과 '전술'이 사용됐는지를 분석한다.
1963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시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어떤 치밀한 전략으로 승리를 맛보았는지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1년 9월 세계 경제금융중심지에서 울려 퍼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어떤 한계와 의미를 지니는지까지를 다양하게 탐구한다.
어떻게 여론을 의도적으로 흔들고, 사회적 긴장을 조성하며, 투쟁의 정점에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지 등에 관한 다양한 전략들이 소개된다.
"킹은 자신이 개인적 희생의 본보기가 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버밍엄에서의 조직 운동이 점점 극적으로 확대되는 느낌을 분명하게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킹의 체포가 일시적으로 시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는 했지만, '프로젝트 C'의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소년십자군'이라고 알려진 고등학생들의 시위대 합류 결정과 맞물려 일어났다."(60~61쪽)
물론 화합과 안정을 선호하는 주류 사회에서 이 같은 전술 중 상당수는 대중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방식이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잠재적 동조자들에게 헌신적인 활동가가 될 기회를 제공하고", "소극적 지지자를 적극적 지지자로 바꾸"며, "상대의 가장 극단적인 요소들을 뒤흔들어 그들을 대중들과 격리시킨다"고 본다.
저자들은 특히 두 갈래 비폭력 투쟁 방식, 즉 구조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조직화에 집중하는 방식과 대중 동원 파괴력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의 한계와 장점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시위의 파괴력을 이용하는 동시에 승리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조직해나가는 "여세를 몰아가는 조직화"를 21세기 시민혁명을 위한 전략으로 제안한다.
"여세를 몰아가는 조직화 방식은 여론을 의도적으로 양극화하고, 사회적 논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담한 시위를 전개한다.(…) 또한 그들은 운동의 성과들을 제도화하고 장기적으로 저항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 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해 다른 조직화 방식과도 협력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445쪽)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대중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비폭력 원칙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활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대중의 지지를 쌓아나가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공통된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비폭력의 중요성을 확립한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활동가들은 역할과 접근 방식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397쪽)
김병순 옮김. 536쪽. 2만6천원.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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