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안산 선감학원에서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입력 2018-06-21 22:20  

40년간 안산 선감학원에서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인권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아동 납치 후 강제노역 사례 담아
아동 4천690여명 수용돼 강제노역·폭행당해…생존자들 트라우마 시달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요즘 어린이들은 예쁜 코스모스 길을 걸을 수 있지만, 저희는 가혹한 가시밭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소 여물을 쓸다가 손가락이 잘려나간 아이도 있었고, 곡괭이 자루로 엉덩이를 맞다가 빗나가서 다리를 못 쓰게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죽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1967년 아홉 살 무렵 경기도 안산 선감도에 강제 수용됐던 이대준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씨는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아저씨들의 꼬임에 넘어가 선감도에 들어갔다. 보호받아야 마땅한 어린아이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국가로부터의 폭력뿐이었다.
그는 어린이들을 납치해 길게는 10여 년간 모질게 구타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아직 국가로부터 해명을 듣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씨처럼 납치돼 선감도에서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던 아동들의 사례를 담은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안산 선감도에서 소년 감화 목적으로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경기도가 그대로 인수해 1982년까지 국가 정책에 따라 부랑아 수용 시설로 활용됐다.


단지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고,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4천691명의 아동이 이곳에 강제로 끌려들어갔다.
당시 선감학원 아동의 41%는 8∼13세로, 이들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양만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수용 아동들은 선감학원 종사자나 다른 아동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구타로 고통받다 탈출하거나 사망했다. 생존자들은 선감학원이 문을 닫은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신체적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선감학원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피해 생존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입소 전 부랑 생활을 하지 않았고 가족 등과 함께 살았다.
또 75%는 경찰이나 공무원 등에 의해 선감학원에 입소했고, 71.4%는 그곳에서 3년 이상을 지내야 했다. 퇴소 후에는 50%가 구걸이나 부랑 생활을 경험했다.
최종학력은 초졸 이하가 82%였고 40%의 피해자는 현재 경제적 수입이 월 100만 원을 밑돌았다.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잔혹상은 수면 아래 묻힐 뻔하다가 일제강점기 당시 학원 부원장의 아들인 일본인 이하라 히로마쓰가 1989년 소설 '아! 선감도'를 발표하고, 1995년 국내에서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해방 이후 시기에 관한 실태가 드러난 것은 최근으로, 경기도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진상조사 연구용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위원회 활동만으로는 조사에 한계가 있는 데다 중앙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지적에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다뤄지지 못하는 등 국가 차원의 조사가 없다가 이번에야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는 22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서는 생존자 2명의 피해 증언을 시작으로, '선감학원의 역사와 인권침해 실태', '선감학원 사건의 해결방안' 등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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