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앞바다에 덩그러니 방치한 320억짜리 문산호 전시관

입력 2018-06-24 07:33   수정 2018-06-28 10:13

영덕 앞바다에 덩그러니 방치한 320억짜리 문산호 전시관
6·25전쟁 장사상륙작전 투입한 배 재현…영덕군-건설사 소송 중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시 경계를 지나면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있는 커다란 배 한 척을 볼 수 있다.
태풍에 좌초했나 싶지만, 이 배는 실제 떠다닐 수 없는 모형이다.
6·25전쟁 때 이곳에서 벌어진 장사상륙작전에 투입한 상륙함 문산호를 재현한 전시관이다.
당시 국군과 UN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북한군 주의를 돌리려고 장사상륙작전을 펼쳤다.
학도병 772명과 지원요원 56명은 1950년 9월 13일 2천700t급 문산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5시께 장사리에 도착했다.
문산호는 상륙지점에서 태풍으로 높은 파도에 좌초했다.
학도병들은 상륙 후 북한 정규군 보급로와 퇴각로를 차단하는 전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했다. 수십명은 행방불명됐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이를 기리려고 문산호를 실물모형으로 제작해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전시하기로 했다.
2012년 12월 시작한 사업은 2015년 5월 장사리 해안에 배를 설치하면서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해 말 내부 전시작업까지 끝냈지만 문산호 전시관은 3년이 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안전에 결함이 드러난 데다가 영덕군과 건설사 사이에 준공기한을 넘긴 데 따른 지연배상금과 공사대금 관련 소송이 붙었기 때문이다.
문산호 전시관은 2015년 여름 태풍과 겨울 너울성 파도로 배 뒤쪽 내부 철 구조물이 휘었다.
82억원을 들여 동남쪽 바닷속에만 90m 방파제를 만들고 북동쪽은 파도에 대비하지 않아 피해가 났다.
영덕군은 애초 준공기한인 2015년 1월을 넘긴 데 따른 지연배상금 60억원을 시공사에 부과했다.
시공사가 돈을 내지 않자 2016년 9월 10억원을 우선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시공사는 공사대금 미지급금 가운데 2억원을 먼저 달라는 소송을 냈다.
두 건 모두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길이 90m, 높이 26m, 폭 30m 크기 문산호 전시관은 수년째 방치됐다.
지난 20일 찾아간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공원에는 전시관을 잇는 다리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
다리나 배 외부 곳곳에 녹이 슬었고 다리 아래에 쌓인 쓰레기가 악취를 풍겼다.
해변에는 공사에 사용한 돌과 흙이 그대로 쌓여 있다.
한 관광객은 "오래전부터 배가 있길래 와봤는데 막아놓아서 아쉽다"며 "언제쯤 문을 여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문산호 복원에는 정부예산 140억원, 도예산 77억원, 군예산 107억원 등 324억원이 들어갔다.
영덕군은 시공사와 소송이 끝나는 대로 보수해 전시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보수공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소송이 끝나야 녹이 슬거나 금이 간 곳을 보수해 문을 열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개관 시기를 분명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며 "가능하면 올해 안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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