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몰타, 지중해 난민구조선 수용 놓고 또 충돌(종합)

입력 2018-06-24 01:01  

이탈리아-몰타, 지중해 난민구조선 수용 놓고 또 충돌(종합)
伊 "몰타가 난민선 수용해야" vs 몰타 "난민선 입항 책임 없다"
구조선 NGO "조난자 희생시키고 정치적 공방 용납할 수 없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와 몰타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의 수용을 또다시 상대에게 떠넘기며 열흘여 만에 재차 충돌했다.
지난 1일 취임 후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며, 유럽 전체를 갈등으로 몰아넣은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 200여 명을 구조한 뒤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네덜란드 선적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을 수용하라고 몰타에 촉구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 선박이 몰타의 수색구조 해역에서 조난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인도적, 정치적 차원에서 항구 중 한 곳을 열고, 이 절박한 사람들을 하선시킬 것을 몰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몰타 정부는 "구조작업이 처음에는 이탈리아 구조 당국에 의해 주도됐고 이후 리비아 당국이 수색과 구조의 책임을 맡게 됐다"고 지적하며, 이 선박에 대한 어떤 권한도 없는 몰타는 난민선을 자국 항구로 입항시킬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클 파루자 몰타 내무장관은 "살비니는 사실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몰타는 구조작업에 관여한 바가 없고, 구조작업 자체도 리비아와 이탈리아 섬인 람페두사 사이에서 펼쳐졌다고 반박했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도 23일 "이탈리아는 '라이프라인'을 몰타로 향하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주권 국가이며, 누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명령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어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라이프라인'에 몰타 해역을 즉각 떠나줄 것을 촉구했다.
독일 비정부기구(NGO)인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네덜란드 선적의 이 배에는 현재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구조된 234명의 난민이 타고 있다. 승선자 가운데에는 어린이 4명, 여성 14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살비니 장관은 21일 이 선박이 난민 구조를 리비아 해안경비대에게 일임하라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난민들을 리비아 해역에서 직접 구조함으로써 국제법을 어겼다고 비난하며, "이탈리아 입항을 기대하지 말고, 먼 길을 돌아 (배가 등록된 국가인) 네덜란드로 가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몰타가 '라이프라인'의 자국 항만 입항을 거부하자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은 "이 배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안전한 항만을 보유한 몰타의 비인간적인 결정이 유감스럽다"며 "몰타의 비인간적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유럽연합(EU)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니넬리 장관은 또 '라이프라인'이 이탈리아로 입항할 경우 이 배는 즉각 몰수되고, NGO 관계자들은 체포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라이프라인'이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속에 오갈 데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처지가 되자 이 배의 운영 주체인 '미션 라이프라인'은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국제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정치적 공방이 오가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덴마크 화물선인 알렉산더 머스크가 22일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난민 113명을 구조한 뒤 현재 시칠리아 섬 남단에서 이탈리아 측의 입항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살비니 장관은 그러나 2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배들은 이탈리아 항구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난민 밀입국자들과 범죄자들의 사업을 차단할 것"이라고 글을 남겨 NGO가 운영하는 난민구조선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反)난민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장관은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펼치는 NGO들이 난민 밀입국업자들과 공모한 채 유럽으로 난민을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과거부터 펼쳐왔다.
한편, 이탈리아와 몰타는 지난 10일에는 아프리카 난민 약 630명을 태운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를 서로 상대편에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속에 '아쿠아리우스'는 결국 스페인 중도 좌파 정부의 입항 허가를 받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항에 난민들을 내려놨다.
전체 인구가 50만 명에도 못 미치는 몰타는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인 북아프리카와 가깝지만, 지금까지 난민들을 거의 수용하지 않았다
반면,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7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도착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이탈리아가 그동안 난민 부담을 홀로 떠안다시피 한 것은 부당하다며, EU 회원국들에 난민 부담을 나눠서 지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