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포장 변천사로 살펴보는 한국인의 삶

입력 2018-06-29 11:51  

라면포장 변천사로 살펴보는 한국인의 삶
조현신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라면 종류만큼이나 봉투 디자인도 각양각색이지만, 대다수 라면봉투 색상은 주황 혹은 빨강 계열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려면 1963년 한국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이 출시됐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조현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 설명이다.
처음에는 일본 치킨라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삼양라면 포장은 1969년 주황색 바탕에 둥글둥글한 파랑 글씨로 이름을 쓴 형태로 변했다. 불티나게 팔리는 삼양라면을 후발 주자들이 모방하면서 1970년대 라면 포장은 주황이 평정했다.
색채 심리학 관점에서 봐도 주황 포장은 '옳다'. 식욕을 자극하는 맛의 색이기 때문이다. 주황은 쇠고기 장국, 장터 국밥처럼 우리 탕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1986년 신라면이 나오면서 라면 포장은 붉게 변했다. 주황을 바탕으로 한 포장이 1세대라면, 신라면 이후 강렬해진 포장은 2세대인 셈이다.
조현신 교수는 저서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를 통해 근대 개화기 이후 지난 130년간 한국디자인 역사를 훑는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의 빼어난 디자인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즐겼던 물건들의 디자인을 살펴본다.
책은 1부 사물, 2부 정보, 3부 환경으로 나뉘어 한국인의 삶을 만든 15가지 물건 디자인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진로소주, 아리랑담배, 삼양라면, 해태캬라멜, 쏘나타, 애니콜 등 여전히 사랑받거나 혹은 인기를 잃고 사라진 '정감 사물'을 쫓아간다.
저자의 시도는 다채롭고, 펼친 그물망도 넓다. 행남자기 홍장미 세트와 영국 로열앨버트 올드컨트리로즈 시리즈를 비교하는가 하면 물레방아, 장독대, 철도 굄목들로 채워진 서울 근교 카페들 디자인을 관찰하기도 한다.
책은 진로소주 두꺼비는 왜 달팽이에게 자리를 내줬는지, 영이와 철수는 왜 교과서에서 퇴장했는지 다양한 주제에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 화장품 디자인이 광복 후 70년간 큰 변화 없이,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담겼다. 개항 이후 1960년대까지 근대기 디자인을 살펴보려는 노력 또한 반갑다.
이를 통해 "그 디자인에 한국인 심성이 어떠한 식으로 반영돼 있는지, 또 역으로 그 디자인이 한국인의 미감과 인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를" 짚는 책이다.
글항아리 펴냄. 340쪽. 2만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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