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보듬어 학교로 돌려보낸 '경찰 선생님'들

입력 2018-07-01 09:00  

위기청소년 보듬어 학교로 돌려보낸 '경찰 선생님'들
경찰, 6월 학교·가정 밖 청소년 2천618명 발굴해 선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A군은 공부를 제법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부모 이혼 등 힘든 가정사에 학교폭력 피해까지 겪으면서 자신이 폭력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탈선을 시작한 A군은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다른 학교로 복학했지만, 친구들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당하던 끝에 다시 폭력을 저질렀다.
징계를 논의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참여한 학교전담경찰관(SPO) B경위는 A군을 이미 알고 있었다. 5차례나 가출신고가 접수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B경위는 A군과 꾸준히 접촉하며 이야기를 들어줬고, 학폭위가 열린 이후에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A군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에 지병까지 앓는다는 사실을 안 B경위는 관계기관을 통해 A군이 학원을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장학금과 의류 등을 지원받을 방법도 마련했다. A군과 어머니의 무료 건강검진과 진료도 지원했다.
A군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뒤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교에 지원했다. 해당 학교가 입학을 거부했지만, B경위가 관할 교육청과 학교장을 설득한 끝에 결국 A군은 새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이후 A군은 성실한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휴대전화를 끈 채 집을 나가 며칠씩 연락이 없던 전과 달리 요즘은 어머니에게 수시로 전화한다고 한다.
A군 어머니는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B경위님은 저와 제 아들의 은인"이라며 "방황하는 많은 학생이 제 아들처럼 경찰 선생님들의 따듯한 마음을 느껴 반성하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면 한다"고 고마워했다.
경찰청은 지난 6월 한 달간 '학교·가정 밖 청소년 일제 발굴 기간'을 운영해 학교·가정 밖 청소년 2천618명을 발굴, 선도·지원활동을 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관계기관 등에서 정보를 수집, 이런 청소년이 주로 분포한 지역에서 아웃리치(찾아가는 상담) 활동을 폈다.
학교 부적응이나 어려운 가정환경 등이 비행의 주된 원인인 점을 고려해 SPO가 심층 면담을 진행하고, 청소년 전문기관에 연계하거나 선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여러 대책을 시행했다.
A군 사례 외에도 경남에서는 SPO가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우울증을 앓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학생을 면담해 전문기관에 연계하고, 가해 학생 처벌 절차를 진행하는 등 지원책을 펴 2차 피해를 예방했다.
서울에서는 아버지의 학대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퇴한 학생을 경찰이 지속해서 지원해 학교로 돌려보내고, 실종수사팀과 함께 14년 전 헤어진 어머니를 찾아 모자 상봉을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다가오는 여름방학 기간(7∼8월)에도 청소년 선도·보호 기간을 운영해 청소년 범죄 예방과 위기청소년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과 학교에서 이탈한 청소년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어 범죄와 비행에 쉽게 노출되고, 임금체불이나 범죄 등을 당해도 보호받기 어렵다"며 "사회적 관심을 통한 선도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