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숨겨준 이슬람성직자…나이지리아 부족간 참극 막았다

입력 2018-07-02 11:22   수정 2018-07-02 13:49

기독교인 숨겨준 이슬람성직자…나이지리아 부족간 참극 막았다
올해만 수백명 죽은 '이슬람 유목민·기독교 농민 충돌' 뒷얘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후. 나이지리아 중부의 한 모스크(이슬람 예배당)에서 살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중무기로 무장한 같은 이슬람교도들은 이맘(이슬람 성직자)에게 '숨겨놓은 자들을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모스크와 집을 모조리 태워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이맘은 바닥에 엎드려 '이만 떠나달라'고 눈물로 읍소했다.
그의 소원대로 무장세력은 얼마 후 떠났다. 빈손은 아니었다. 인근 교회 두 곳에 불을 지르고 갔다.
불과 몇 시간 전 벌어진 상황은 이랬다. 이웃 마을에 사는 기독교인 262명이 무작정 이맘에게 달려왔다. 유목민들로 보이는 남성 300여명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슬람교도들의 공격을 피해 살겠다고 온 곳은 하필이면 모스크였다.
그러나 이맘은 이들을 버리지 않았다. 우선 여성들을 집 안에 숨긴 다음, 남성들은 모스크로 데리고 갔다.

영국 BBC 방송은 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발 기사에서 토지와 농작권을 두고 벌어지는 농경 부족과 유목부족 간의 충돌 현장을 전했다.
농업을 하고 기독교를 믿는 베롬족과, 유목하며 이슬람교를 믿는 풀라니족 간의 충돌로 올해에만 이미 수백명이 죽었다.
2016년 그 사망자 수는 악명높은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테러에 의한 것보다도 많다.
인구는 급증하고 경작지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농경민은 유목민이 수백년간 사용했던 토지를 점유하기 시작했고, 종교 갈등까지 얽히면서 공격은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공격은 잔혹하다.
집과 상점을 약탈한 후에는 불을 지른다. 가축이라고 남겨두지 않았다. 현장을 급습하면서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이맘은 나중에 BBC에 "그 지역 기독교인들은 40여년 전 이슬람교도들에게 모스크를 짓도록 허락해준 이들이라 돕고 싶었다"며 "이슬람 마을에 땅도 줬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슬람 신자는 "우리가 베롬족과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공격처럼 험악한 일을 당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진 기독교인들은 "무슬림 성직자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을 족장은 "모스크 안으로 데려가고 나서, 우리에게 떠나라고 하거나 기도하라고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맘과 5일을 같이 보냈다. 그러나 이미 파괴돼버린 마을로는 갈 수 없었다. 결국 난민 캠프로 발길을 향했다.
같은 날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5개의 마을이 이런 변을 당했다.
당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5개 마을을 공격했다고 밝혔지만, 지역 주민들은 11곳이 급습됐다고 전했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나이지리아 당국은 좀처럼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몇몇 공격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조직화 돼 진압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국은 다만 이번 공격 후 중부 플라토주 3곳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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