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후죽순 아파트 민박, 알고 보면 대부분 불법

입력 2018-07-10 14:05  

[팩트체크] 우후죽순 아파트 민박, 알고 보면 대부분 불법
도시지역 내국인 대상 영업 불가능…오피스텔 민박도 모두 불법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서울 홍대 인근 빌라에 세 들어 사는 A씨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옆집 원룸에 외국인 여행자들이 밤낮없이 드나들며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외국인이 떠들어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은데 말이 안 통하니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속초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주말이면 민박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평소 절반이 비어있는 주차공간이 주말만 되면 복잡해지고 민박객이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요즘 국내에서도 공유숙박 사이트를 통해 호텔이나 콘도 대신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빌려 쓰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유명 인터넷 공유숙박 사이트에서 서울 등 국내 지역을 검색하면 집 전체를 빌려준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게시글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쓴 후기도 여럿 달려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되는 민박 중 상당수는 불법이다.
현행법상 농어촌 지역이 아닌 도시지역에서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활용한 민박은 외국인을 상대로만 운영할 수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조는 '도시지역의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숙식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국인에게 도시지역의 아파트를 민박 숙소로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다.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 아파트 등 주거지에서만 민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을 활용한 민박도 불법이다.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더라도 건축법상 업무용으로 분류돼 민박이 불가능하다.
또 자신이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주택에서만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 등으로 사들인 아파트나 원룸 등을 통째로 빌려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건물의 연면적은 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곳(방)을 포함해 230㎡ 미만이어야 하며, 소화기 1개 이상을 구비하고 객실마다 경보형 화재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세대원 중 외국어로 관광객에 대한 안내가 가능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법령에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행정 지침에 따라 입주민의 동의도 필요하다.
도시민박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해당 아파트의 '공동주택관리규약'에 위반되지 않아야 하며, 관리주체의 확인 동의서도 필요하다.
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각 구청은 민박업 등록 시 이웃 주민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용산구 등 민박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경우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해당 건물에 입주한 모든 세대로부터,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이용하는 동일 라인의 입주민 50% 이상으로부터 각각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집주인이 시·군·구청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실제 거주 여부와 외국어 인터뷰, 위생상태 적합도 등을 평가하는 현장심사와 서류심사를 거쳐 도시민박업 지정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박업을 할 경우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도시민박업이 도입된 이래 서울에서 도시민박업 지정을 받은 시설은 총 1천51곳이다.
서울지역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민박 형태인 한옥체험업(123곳)까지 합해도 1천17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서울지역 숙소는 지난 4월 기준 1만5천개에 달한다. 민박으로 운영되는 숙소 대다수가 등록을 거치지 않은 불법 시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숙박공유사이트는 합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숙소를 등록받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주택가에서 투숙객들이 밤늦게까지 소음을 발생시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장에 가보면 허가받지 않은 미인증 민박 시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과 달리 강원도, 제주도 등 지방에서는 외지인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내국인을 상대로 불법 민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민박업 소관 부서인 문체부가 지자체와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공동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불법 시설을 모두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불법영업을 하다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로 적발돼도 처음 적발 시 실제로 부과되는 벌금은 70만원가량에 불과하고 최고액도 200만원 정도일 뿐"이라며 처벌이 가벼워 무허가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박 수요가 늘면서 정부는 지난 2016년 부산·강원·제주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규제프리존을 설정, 내·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유숙박업을 시범 도입하고 추후 '숙박업법'을 제정해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은 국회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후 전희경·이완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비슷한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 역시 상임위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민박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 제·개정을 통해 공유숙박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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