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 후 암흑속 17일' BBC, 태국 '동굴소년' 스토리 재구성

입력 2018-07-15 10:47  

'생일파티 후 암흑속 17일' BBC, 태국 '동굴소년' 스토리 재구성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7일간 지구촌이 숨죽여 지켜보고 탄식과 환호를 쏟아냈던 태국 치앙라이 소년들의 '동굴 드라마'.
영국 BBC 방송은 15일 세계 곳곳에서 온 구조전문가들의 도움 덕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태국 축구 소년들의 실종 그리고 생환 스토리를 그동안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생일파티였다.
2018년 6월 23일. 그날은 치앙라이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 유소년 축구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피라빳 쏨삐앙자이(별명 나이트)의 17번째 생일이었다.
그 날 오후 훈련을 마친 나이트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논밭 길을 달려 숲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매사이 고지대에 있는 탐 루엉 동굴. 평소 사람들이 발길이 뜸한 동굴에 자주 갔던 나이트와 소년들은 어두운 동굴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동굴까지 타고 온 자전거와 가방, 축구화는 입구에 놓아둔 상태였다.



기분이 좋아진 소년들은 랜턴을 들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1시간만 동굴 안을 둘러보고 집에 가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굴 깊숙이 들어간 그들은 뒤늦게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3일간 내린 빗물이 흘러들면서 동굴 안의 수로가 급격하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동굴에 갇혔다는 아찔한 느낌을 받은 아이들과 코치는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차오르는 물 때문에 계속 동굴 안쪽으로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동굴 입구에서 무려 4㎞나 떨어진 곳까지 들어가서야 물이 차오르지 않는 안전지대를 발견했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그들은 점점 시간 감각을 잃었고 그 빈자리에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에어포켓에 남은 공기를 최대한 적게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에게 명상하는 법을 가르쳤다. 한때 출가해 승려로 살았던 때의 경험 덕이었다.
또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누워 힘을 아끼라고 조언했다. 자신과 아이들이 장기간 동굴 속에 갇혀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석회질의 동굴 벽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 때문에 숨이 막히는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공포와 함께 소년들에게 허기라는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소년들은 배고픔과 목마름을 호소했다. 일부 소년은 울며 절망했다.
아이들에게 줄 음식이 없었지만 엑까뽄 코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동굴 바닥에 흐르는 흙탕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고,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에 불빛을 비춰줬다.
생일을 맞은 피라빳을 위해 노란색 스펀지밥 캐릭터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해 둔 그의 부모는 귀가가 늦어지는 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고 다른 부모와 함께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소년들이 다른 친구들과 모바일 채팅을 하면서 남긴 동굴 방문 계획이 단서가 됐다.
그리고 캄캄한 밤중에 탐루엉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우기(雨期)엔 동굴 안 수로에 물이 차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부모들은 곧바로 당국에 신고했다.
이튿날 태국 해군 최정예 부대인 네이비실을 비롯해 1천여 명에 달하는 군인과 경찰, 국립공원 관리직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하지만 첫날 수색팀이 찾아낸 것은 동굴 내 공간(chamber)에 남겨진 아이들의 발자국뿐이었다.



물이 차오른 동굴 안에 들어가려면 잠수를 해야 하는데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조차 동굴 잠수 경험은 없었다. 일단 동굴 안에 고인 물을 빼내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동굴 밖에서 암벽을 뚫거나 자연적으로 생긴 틈을 찾는 시도도 이어졌지만 허사였다.
동굴에 갇힌 소년들의 친구들로부터 과거 이들이 동굴 입구에서 4㎞ 지점에 있는 넓은 공간 '파타야 비치'에 갔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태국 구조 당국은 곧바로 동굴 잠수 경험이 있는 외국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 공군 구조전문가 30명과 영국, 벨기에, 호주, 스칸디나비아 등지에서 내로라하는 동굴 잠수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일부는 자발적으로 구조에 동참했다.
그리고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영국에서 온 동굴 탐험가 릭 스탠턴과 존 볼랜던은 동굴 안쪽 4㎞ 지점에서 극적으로 소년들과 코치의 생존 소식을 전했다.



열흘간 동굴에 갇혔던 아이들은 이들을 보자 울먹이며 "감사합니다"고 외쳤고, 모두 몇 명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13명"이라고 했다. 실종된 13명의 생존을 확인한 영국 구조전문가는 "멋지다. 너희는 강하다"고 했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낸 볼랜던은 "공간이 보일 때마다 아이들을 소리쳐 불렀고 냄새를 맡았다"며 "아이들을 직접 보고 소리를 듣기 전에 이미 냄새로 아이들이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엿새가 지난 8일 4명의 소년이 구조대의 도움으로 먼저 동굴을 빠져 나왔고, 나머지도 10일까지 모두 무사하게 구조됐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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