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보령머드축제

입력 2018-08-08 08:01  

[연합이매진] 보령머드축제
유쾌! 통쾌! 상쾌!…한여름의 짜릿한 머드 향연

(보령=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짜릿한 일탈! 말 그대로 난장판이자 아수라장이었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감탄 섞인 우스개조차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신명의 야단법석.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축제인 보령머드축제는 이렇듯 올해도 대천해수욕장 일대를 뜨겁게 달궜다. 국적, 인종, 언어, 남녀, 미추, 노소를 떠나 모두가 순식간에 하나 된 열정과 기쁨의 현장!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진흙탕에 빠져 뒹굴고 뛰노는 사이, 한여름 불볕더위는 꽁무니를 싹 감춘 채 거짓말처럼 달아나고 없었다.






"우리는 같은 피부색! 그래서 모두가 하나다!"
폭염이 온 세상을 후끈하게 달군 7월 중순,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의 대형머드탕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진흙탕물을 흠뻑 뒤집어쓴 피서객들로 넘쳐났다. 몸을 진흙 물에 풍덩 담근 채 눈 감고 무아지경에 빠져든 이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몸에 머드를 끼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한 색깔로 같은 물속에서 노닐다 보니 일체감과 동질감이 순식간에 커지는 듯했다.
동심에 빠져드는가 싶으면 슬슬 발동하는 게 바로 장난기! 한 심술쟁이가 진흙탕물을 살짝살짝 튀겨 시비를 걸자 상대 역시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과 함께 흙탕물을 발로 차고 손으로 퍼부으며 벼락같이 반격에 나섰다. 일순간 확산하는 신명의 진흙탕 난투극! 머드탕은 삽시간에 두 편으로 나뉘어 카오스 상태의 난장판이 돼버렸다. 하지만 잠시 뒤 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 끌어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희희낙락이었다.
네 명의 친구와 축제장을 찾은 미국인 애슐리 멀린스(25·여·평택) 씨는 "열 달 전에 한국에 왔는데 이처럼 멋진 축제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맘껏 피서도 하고 한국도 더욱 깊이 알게 돼 참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울에서 온 김환승(54) 씨도 "외국인이 많이 오는 축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보니 딴 나라에 온 듯하다"며 "함께 어울리는 사이 모두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진다"고 첫 머드 체험의 감회를 들려줬다.




◇ 세계인이 함께 펼친 '진흙의 대향연'

국내 최대의 글로벌 축제인 보령머드축제가 지난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보령머드축제 조직위는 '세계인과 함께하는 신나는 머드체험'을 주제로, '가자 보령으로, 놀자 머드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숨 가쁘게 진행해 관광객과 피서객들에게 기쁨을 한가득 안겼다.
첫날인 7월 13일 오전 머드광장의 머드체험시설 개장식으로 시작된 축제는 이튿날 오전의 갯벌마라톤대회와 오후의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저녁의 개막식과 축하공연, 불꽃 판타지쇼가 펼쳐지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축제 기간에 진행된 프로그램은 모두 60개. 머드광장과 시민탑광장에 일반존과 패밀리존이 각각 설치되고 대형머드탕, 머드슈퍼슬라이드, 머드키즈랜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연인끼리 진흙이 안겨주는 묘미와 희열을 맘껏 향유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대거 참여한 남곡동 갯벌체험장의 갯벌 마라톤대회와 공군기들이 펼쳐낸 환상의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 연계행사도 줄을 이었다. 머드의 느낌을 온몸으로 다양하게 체험하는 머드런 프로그램이 신설돼 눈길을 끌었고, 관광객들이 무대 공연자와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머드몹신 역시 신명과 감동을 온몸으로 만끽하게 했다. 바다에서는 카약 타기, 플라잉 보드쇼 등의 해양 어드벤처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코요테, 박현빈, 소녀주의보, 김건모 등 인기 연예인들은 공연과 퍼포먼스로 연일 열광의 무대를 연출했다.
그중 7월 14일 오후 해변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머드몹신은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4인조 걸그룹의 노래와 함께 힘찬 타악음이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자 무대 앞 모래사장에 빼곡히 늘어선 피서객들은 너나없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든 채 흔들흔들 막춤을 춰댔다. 이윽고 무대에서 폭발하듯 마구 터져 나오는 십여 개의 머드 물대포들. 그 힘찬 세례에 혼비백산의 야단법석이 돼버린 축제장은 함성과 박수 속에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애인의 어깨에 오른 아가씨도, 아빠의 목말을 탄 어린이도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흥겨움에 빠져들었다. 음료수병을 손에 들고 춤추던 제니 사이프스(32·여·캐나다) 씨는 "너무너무 좋아요! 내년에도 올래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천안에서 온 김준형(27) 씨 역시 "두 번째 축제 참가인데 저절로 일어나는 흥을 어쩔 수 없어요! 정말 신나요!"라며 웃음을 얼굴 가득 올렸다.





◇ 천혜의 보령 바다 진흙…화장품 홍보로 시작된 축제

예부터 진흙은 미용과 상처치료에 좋은 기초 화장품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머드 화장으로 피부를 관리해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중세 프랑스 상류사회에서도 미용과 건강을 위해 머드 화장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보령머드축제의 개최 배경에도 이 같은 화장품이 있었다. 1996년 바다 진흙을 이용해 머드팩 등 16종의 머드화장품을 개발한 보령시는 1998년 여름 제1회 머드축제를 개최하며 화장품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36km에 이르는 보령의 리아스식 해안은 고운 바다 진흙이 풍부해 말 그대로 보배와 같은 땅이다. 올해로 개장 70주년을 맞은 대천해수욕장은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조개껍데기)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이곳 보령 일대의 진흙은 미네랄, 게르마늄, 벤토나이트 등 성분이 함유돼 피부 미용에 좋은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청정 갯벌에서 채취한 천연 진흙을 원료로 만든 보령머드화장품은 피부 노화 방지와 피부 노폐물 제거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에 보령시는 화장품 홍보를 위해 참가자 모두가 천연의 머드를 온몸에 바르고 갯벌을 함께 뒹굴며 하나가 되게 하는 체험형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나라 안팎에서 일약 명성을 얻었다. 축제 성공과 더불어 기간도 길어져 첫회 4일이던 것이 4회부터 7일로, 10회부터는 9일로 늘었고 16회 때인 2013년 이후엔 매년 10일 일정으로 개최되고 있다. '보령' 하면 '머드'를, '머드' 하면 '보령'을 떠올릴 만큼 머드와 축제는 쌍두마차처럼 지역 이미지 고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초창기엔 축제 프로그램 참가자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면서 "내국인이 적었던 건 수영복 차림에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격의 없이 만나는 데 익숙지 않은 우리의 체면문화와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6회 축제 이후부터 내국인 체험자도 대폭 늘어 누구나 부담 없이 활발하게 참가하는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보령머드축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표적 지역축제로 떠올랐다. 2006년과 2007년에 문화관광부의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데 이어 2008년부터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발돋움하며 세계적 축제로 도약하는 발판을 굳혔다. 나아가 2011년부터는 대한민국 명예대표축제, 2015년부터는 글로벌 육성축제로 내리 지정되는 등 국내 최정상의 성공축제로 승승장구했다. 보령머드축제는 2009년 중국, 2015년과 2016년 스페인, 2017년 뉴질랜드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축제로도 힘차게 도약해왔다.






◇ 일상 잊고 일탈의 유희 속으로

다시 축제 현장으로 가보자.
먼저 머드광장 동쪽 벌판에 있는 머드랜드 부지의 머드런. 올해 신규 도입된 머드런은 다양한 장애물 코스를 돌파하며 머드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즐기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코스 길이는 500m. 운영자가 "준비! 출발!"을 외치자 출발선에서 대기하던 참가자들은 일제히 장애물 코스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거품 터널에 이어 타이어 마당을 통과한 뒤 대형 카고, 머드 웅덩이, 머드 그물망 등 13개 장애물을 차례로 지나 15분여 만에 결승선에 도착하는 경기. 참가자들은 코스를 달리는 동안 머드탕에 빠지고 뒹구는 등 스릴 넘치는 쾌감에 흠뻑 빠져들었다.
진흙탕물을 온몸에 홀딱 뒤집어쓴 폴 크랜츠(26·미국) 씨는 "한 바퀴 돌고 나니 정말 기분 좋다. 생명의 근원인 머드에 젖으면 젖을수록 '세상과 내가 하나'라는 느낌이 커졌다"고 감회를 나타냈다. 뒤늦게 결승선에 들어온 탄야 도낭마이(25·여·미국) 씨도 "대형 카고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며 두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였다.
이 머드런은 7월 14일 남곡동 갯벌체험장에서 진행된 갯벌 마라톤대회의 축소판이다. 참가자들이 함께 달리는 과정에서 진흙탕 범벅이 되고 이를 통해 모두가 일체감과 환희를 만끽한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닮은꼴이라 하겠다. 머드런 운영자 김재오 씨는 "토마토탕에서 하나가 되는 스페인 토마토축제에서 착안해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면서 "내년에는 코스를 늘이고 장애물도 더 다양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7월 14일과 15일 한 차례씩 스릴 넘치게 진행된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모두 8대의 곡예비행기들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열린 하늘을 화폭 삼아 고난도의 묘기를 다채롭게 선보였다. 초저공 편대비행은 물론 수직 낙하비행, 빙글빙글 공중돌기 등 온갖 곡예로 가슴 터질 듯한 긴장과 환희의 쾌감을 구경꾼들에게 듬뿍 안겨줬다. 에어쇼의 압권은 하트와 태극문양 그리기였다. 두 대의 비행기가 창공에 하트 모양을 하얗게 만들어내자 저만큼에서 날아든 또 한 대의 비행기는 기다란 화살을 그려 넣음으로써 사랑의 성사를 온 천하에 알렸다. 태극문양 그리기도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낸 볼거리였다. 거대한 원이 하늘에 둥그렇게 그려지자 한 대의 비행기가 잽싸게 날아와 한가운데에 원만한 곡선을 그려 넣으며 태극문양을 완성한 것이다.
30분간 숨 막히게 진행된 천상의 드라마를 바라보던 관광객들은 한 치 오차 없이 펼쳐진 에어쇼에 탄성과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광주에서 온 이수정(49·여) 씨는 "대박이에요, 대박! 숨 막히는 묘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걸랑요! 우리 공군이 정말 자랑스러워요"라며 아찔한 감동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 2022년 해양머드엑스포 유치 추진

보령시는 머드축제의 성공 개최 경험을 살려 2022년 해양머드엑스포를 유치해 머드산업의 6차 산업화와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보령 머드축제에는 1998년 첫해 31만여 명이 다녀가며 히트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방문객은 183만1천여 명. 이 가운데 외국인이 13만여 명이다. 이처럼 경이로운 성과를 지렛대 삼아 해양머드엑스포를 열어 머드산업 발전과 레저관광산업 진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올해 축제장에 머드엑스포 홍보관을 설치해 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해양의 재발견, 머드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할 2022년 해양머드엑스포의 대천해수욕장 개최 여부는 올 8월 중 확정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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