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찜통더위에 경남 양식장 '폭염과 전쟁'…"적조는 피했으면"

입력 2018-07-20 15:26  

[르포] 찜통더위에 경남 양식장 '폭염과 전쟁'…"적조는 피했으면"
액화산소 공급·그물망 갈고 면역증강제 뿌리는 등 피해예방 '안간힘'
어민들, 보험료·사료비 연간 고정 지출 비용 2천만원 '경제적 부담'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유달리 더워 걱정이 많습니다. 다행히 아직 대량 폐사 사태는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조가 오면 큰일 입니다. 제발 올해는 적조 소식 없이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20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장촌마을회관 인근의 한 가두리양식장.
내리쬐는 햇살에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댄 임정택(57) 씨는 자신보다 물고기 건강상태가 더 걱정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여름만 되면 엄습하는 긴장감은 피할 수가 없다.
그는 1㏊ 면적에 설치한 가로·세로 각각 12m짜리 가두리 양식시설 14개에서 참돔, 감섬동, 조피볼락 40여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자동수질측정기가 이날 양식장 내 수온을 22∼23도로 측정하자 임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 수온이 28도 이상 올라가면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하기 쉽다.
특히 가두리양식장 어민들에게 7월에서 9월은 가장 큰 고비다.
수온이 올라가 용존산소량이 떨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는 일이 이 시기에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두리양식장 어민들은 매년 여름이 오면 폐사를 막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임씨도 다른 어민들처럼 이 시기가 되면 액화 산소를 공급하거나 원활한 조류 공급을 위해 그물망을 갈고 면역증강제를 사료에 섞어 뿌려 준다.
수온이 위험 수위로 오른다 싶으면 사료 살포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조피볼락 같은 어종의 경우 아예 한 달가량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임씨는 "수온 1도 상승은 사람으로 치면 5도 정도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고온이 되면 산소도 문제지만 물고기가 받는 스트레스 수치도 높아진다"며 "이럴 때 물고기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주지 말아야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 5년 전 통영 앞바다에 닥친 적조로 인해 그의 양식장에서도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폐사한 적 있다.
그 이후 대량 폐사는 없었으나 여름철 물고기 폐사율을 0%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전체 양식 물고기 중 5% 정도는 매년 폐사하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매일 그물망을 갈고 면역증강제를 뿌리지만 적조가 닥치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다.
임씨는 "과거와 달리 요즘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지원도 많아지고 서로 간 소통도 원활해 수온이 위험 수준까지 높아지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만약 적조가 오면 선박 2∼3척을 동원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섬 오비도로 양식장 전체를 이동할 계획"이라고 나름대로 세운 피해대책을 소개했다.



이 양식장에서 일하는 김모(57·여) 씨는 "올해 너무 더운 데다 비가 오질 않아 적조가 발생할까 걱정"이라며 "적조만 오지 않으면 올해도 예년처럼 피해를 최소화한 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끓는 듯한 더위가 연일 지속하자 경남도도 양식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관리체계에 돌입했다.
도는 상황실을 운영하며 주요 해역 수온 예찰을 강화하고 현장지도반을 편성해 양식장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양식어가에 면역증강제 공급, 저층 해수공급장치 지원, 액상저장시설과 산소발생기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양식어가와 유관기관 사이의 소통과 대책은 강화됐으나 어민들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까지 걷어낼 순 없었다.
면역증강제 구매비에 매년 폭등하는 보험료가 이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임씨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보험에 사료까지 합하면 고정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2천만원에 달한다"며 "정부도 빠듯한 예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어민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저 올여름도 조용히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고수온 어장은 철저히 관리해 수산생물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행정기관에서도 상시 수온변화 모니터링과 현장 지도로 고수온 초기대응에 차질이 없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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