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잠 못 드는 경포해수욕장…새벽에는 쓰레기로 '몸살'

입력 2018-07-22 14:32  

[르포] 잠 못 드는 경포해수욕장…새벽에는 쓰레기로 '몸살'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주말인 지난 21일 밤 동해안 대표적 해수욕장인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은 거대한 축제장이나 다름없었다.
가마솥 같은 열기를 뿜어내던 태양이 서쪽 하늘 아래로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8시.
여전히 30도에 육박하는 열기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끈적끈적한 염분기는 더위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종일 해변을 차지했던 파라솔이 치워진 백사장에는 삼삼오오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9시를 넘기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인파는 밤 10시 이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1시를 지나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임에도 백사장 인파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밤이 깊어질수록 경포해수욕장 중앙통로 일대는 그야말로 젊은이들로 넘쳐났고, 그 수가 족히 2천여명을 넘는 것으로 보였다.
친구와 연인의 손을 잡고 해변에 나온 이들은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가지고 온 음료수와 맥주, 소주잔을 기울이며 불토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강렬한 비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젊은이들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일부 청소년들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이날 경포해수욕장 밤 풍경은 왁자지껄함 속에서도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평온했다.
학과 친구 4명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피서를 왔다는 대학생 김모(24·서울시) 씨는 "푹푹 찌는 도시를 떠나 시원한 바다에 오니 너무너무 좋다"며 "친구들과 함께 여기서 밤을 새우고 내일 오전에 올라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서객 최모(23·여·서울시) 씨는 "해마다 경포해수욕장에 오는데 올 때마다 좋다"며 "친구들과 마음껏 놀다가 돌아갈 생각"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불토를 즐기는 이들 옆에서 피서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상안전요원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기에 바빴다.
술에 취한 피서객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단속반도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해수욕장 주변 지역을 순찰하기에 바빴고 인근 경포 여름경찰서는 밤새 불을 밝히고 혹시나 모를 사건 사고에 대비했다.
한 경찰관은 "아직은 큰 사건·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피서 절정기를 앞두고 안전한 해수욕장 치안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주말 밤을 보내고 22일 새벽 다시 찾은 경포해수욕장.
대부분의 젊은이가 자리를 떴음에도 백사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남아 있었다.
밤새워 마신 술에 취해 잠이 든 젊은이들도 보였다.
올해도 피서객들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놀던 자리를 그대로 두고 떠난 듯 음료수와 맥주캔, 과자부스러기 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돗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는가 하면 모래밭에도 캔과 과자부스러기, 비닐봉지 등 아무렇게나 버려진 각종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이들 쓰레기는 청소작업이 진행된 이후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강릉시는 경포해수욕장에 60명의 청소인력을 투입해 매일 새벽 4시부터 백사장 청소에 나서고 있다.
2∼3번 반복된 청소로 쓰레기가 치워진 백사장에는 해가 뜨자 파라솔이 다시 등장했다.
이날 새벽 경포해수욕장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약 4t.
다음 주말부터 시작될 피서 절정기에 배출되는 쓰레기에 비해서는 적지만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지난 6일 해수욕장개장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8년째 경포해수욕장에서 쓰레기 수거 업무를 하고 있다는 강릉시청 자원순환과 전용표(60) 환경감시팀장은 "백사장 쓰레기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에 있기는 하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피서객들이 여전히 많다"며 "야간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아침 일찍 해변을 찾는 피서객들이 깨끗한 백사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벽 4시부터 청소에 나서고 있다"며 "쓰레기는 백사장에 버리지 말고 주변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mom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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