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적조, 해파리까지…폭염에 지친 어민들 '삼중고'

입력 2018-08-02 15:02  

고수온에 적조, 해파리까지…폭염에 지친 어민들 '삼중고'
그물엔 고기 대신 해파리만 '가득'…한숨만 나와
꺾일 줄 모르는 폭염에 바닷물도 '펄펄'…여름 불청객 적조까지 출현

(전국종합=연합뉴스) "그물을 올리면 뭐합니까? 죄다 해파리뿐인데…."
전남 고흥에서 30년째 고기를 잡고 있는 임이종(62)씨는 며칠째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병어잡이가 한창이지만, 최근에는 해파리 때문에 그물만 망치고 돌아오기 일쑤다.
전남 여수에서 양식업을 하는 임성곤(60)씨는 새벽부터 나와 양식장의 수온부터 확인한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수온도 올라가면서 자식처럼 키운 우럭이 죽지 않을까 걱정이다.
남해안의 어민들은 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적조와 해파리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 기록적인 폭염에 바닷물도 '펄펄'…어민들 속도 타들어가
전남 여수와 고흥, 완도, 해남, 영광을 비롯한 전남 남해안과 충남 천수만 해역에는 지난달 24일부터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다.
고수온 주의보 기준인 28도에 이르면 양식장 물고기의 집단 폐사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어민들은 새벽부터 양식장에 나와 수온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늘막을 양식장에 쳐서 직사광선으로부터 어류를 보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천수만가두리양식업자 배영수(57)씨는 "스마트폰에 해수 온도를 알려주는 앱을 설치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 자고 나면 1도씩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해수 온도가 조금씩 더 오르면서 양식어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험액도 실제 피해액의 60∼70% 선에 그쳐 더위에 약한 우럭 어종을 포기하고 돔이나 숭어 등 열대성 어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일 오전에는 부산시 기장군의 육상양식장 2곳에서 넙치가 고수온으로 인해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기장군과 국립과학수산연구원, 수협은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넙치 집단 폐사가 수온 상승과 영향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전남도는 국비 등 11억2천500만원의 피해예방사업비를 편성하고 그늘막과 산소발생기 등을 긴급 지원했다.
서산시도 시·군과의 협력을 통해 어업인들이 양식장 차광막 설치, 선별 이동 금지, 먹이 공급 중단, 용존산소 공급, 저층수 교환, 조류 소통 등 사육 환경 개선책을 추진토록 할 방침이다.



◇ 고기 대신 해파리만 가득…찢어진 그물에 '한 숨'
전남 고흥 연안에서는 요즘 병어잡이가 제철을 맞았지만, 어민들은 살찐 병어 대신 흐물흐물한 해파리만 건져 올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보름달물해파리 주의경보가 발령된 이후 그물에는 온통 해파리뿐이다.
유령해파리는 20kg에서 큰 것은 50kg까지 나가 그물을 찢는 피해를 준다.
작은 해파리도 떼를 지어 그물코에 뭉쳐 있으면 병어 등 물고기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어획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어민은 "30년 넘게 고기를 잡아왔지만, 요즘처럼 해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처음이다"며 "병어잡이도 8월이면 끝나는데 이런 식이면 올해는 끝났다"고 탄식했다.
전남도는 해파리 피해가 발생하자 해파리 제거 사업비로 6억3천만원을 편성해 긴급 지원했다.
인력 270여명을 투입해 어선 151척과 해파리 절단망 124대, 분쇄기 9대 등 방제 장비를 투입했다.
경남도도 지난 6월부터 9억9천만원을 들여 연안 시·군에서 '해파리 유체 제거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결과 어선 68척을 투입해 해파리 91t을 제거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해파리 피해 사례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해파리가 밀집해 나타나는 해역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여름 바다의 불청객 적조…확산 방지에 '구슬땀'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도내 전체 해역에 적조주의보가 확대 발령됨에 따라 초기 확산 방지활동에 나섰다.
양식어장 주변 적조 예찰을 강화하고 전해수황토살포기를 탑재한 공공용 방제선단을 적조 발생해역에 긴급 투입해 황토를 살포하고 있다.
어장별 책임공무원을 지정해 어장관리를 강화하는 등 적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도는 남해군 해역에 첫 적조주의보 발령 이후 적조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박 37척과 인력 250여 명, 방제장비 59대를 동원해 남해와 고성군 해역에 황토 294t을 뿌렸다.
지난달 24일부터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전남 여수와 고흥 해역도 연일 적조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도는 35척을 투입해 매일 230t의 황토를 살포하고 있다.
강덕출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현재 바다 수온이 적조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24∼26도를 유지하고 있어 적조생물 발생해역이 점차 늘고 밀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업인 자신도 적조 예찰과 액화 산소 공급 등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황봉규 형민우 박주영 손형주 기자)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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