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물의 법칙

입력 2018-08-02 15:39  

기존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물의 법칙
제럴드 폴락 교수의 신간 '물의 과학'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현대 생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헝가리 과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는 "생명은 고체의 장단에 맞춰 물이 추는 춤"이라고 했다.
우리 몸과 지구는 3분의 2가 물로 채워져 있다. 물은 매일 보고 마시고 도처에 있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물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지금의 과학으론 흔하디흔한 물의 증발 과정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설명할 수 없다. 물은 왜 바깥부터 어는지, 얼음은 왜 미끄럽고 물보다 부피가 큰지도 미스터리다.
20세기 초 자연계 전체를 통찰할 일반적 원리로서 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으나, 지금은 침체해 기초적인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적인 물 연구 권위자인 제럴드 폴락 미국 워싱턴대학 생물공학과 교수는 최근 저서 '물의 과학'(동아시아 펴냄)에서 과학계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물에 대한 혁신적인 이론으로 과학자들의 연구열과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는 물이 액체(물), 고체(얼음), 기체(수증기)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폴락 교수는 여기다 물이 취할 수 있는 네 번째 형태로 '배타구역(EZ·exclusion zone)'을 더한다.
배타구역은 고체와 액체 중간 단계로 얼음처럼 딱딱하지 않고 점성이 큰 액체처럼 움직인다. 끈적이는 계란 흰자를 생각하면 된다.
배타구역은 다른 물질과 잘 섞이는 일반적인 물의 성질과 달리 다른 물질을 배제하는(exclusive) 성질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물은 보통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배타구역은 음성을 띤다.
폴락 교수는 배타구역으로 아직 규명되지 않은 물의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마른 모래를 걸으면 발이 푹푹 빠지지만, 물에 젖은 모래는 그렇지 않고 견고한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이유는? 99.95%가 물로 된 푸딩에서 물이 새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겔 형태의 기저귀가 무게의 50배가 넘는 물과 800배가 넘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고체들과 달리 얼음 표면이 미끄러운 이유와 얼음 부피가 물보다 큰 이유, 물방울이나 호수의 표면에 생기는 표면장력도 배타구역 개념으로 설명한다.
1963년 에라스토 음펨바라는 탄자니아 한 중학생이 가사 실습시간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차가운 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을 썼을 때 아이스크림이 더 빨리 어는 것이다.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이 같은 현상은 나중에 과학적으로 입증돼 '음펨바 효과'로 불리게 됐다. 이 역시 배타구역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책은 다양한 일러스트, 사진, 그래프, 동영상 링크 등으로 물에 관한 새로운 개념의 이해를 돕는다.
폴락 교수는 물 연구를 통해 얻은, 기존 과학 통념을 뒤집는 4가지 새로운 원리를 과학 법칙으로 정초하고자 한다. 첫째는 물의 상(像)이 세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물이 자연의 에너지 저장소라는 것, 세 번째는 물이 태양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같은 하전(전하)을 띤 물질이 서로 잡아당긴다는 것이다. 이는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같은 극성은 서로 밀어낸다는 공리에 반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같은 하전을 띤 물질이 자체로 서로 끌어당기진 않지만 그사이에 낀 반대 하전 때문에 힘의 균형이 이뤄질 때까지 서로를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폴락 교수는 이 네 가지 원리가 그동안 물 과학의 실패와 물의 평범함, 과학계에 만연한 지적인 소심함과 기존 학설에 도전하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껏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네 가지 원칙은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구석에 처박혀 그 형체를 드러내지 못하던 것이 이제는 선명한 빛 아래 환하게 드러난다. … 이들 원칙이 자연 현상을 광범위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의 기본적 토대를 증명할 때도 적용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책 역자인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나는 폴락이 제시하는 설명이 구구절절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이 특히 물리학자들이 물의 배타구역 혹은 구조화된 물을 통해 여러 가지 현상을 실험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한번 반추해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504쪽. 2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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