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 반원·개혁정치, 고려왕조 해체 단서"

입력 2018-08-02 17:05  

"공민왕 반원·개혁정치, 고려왕조 해체 단서"
신간 '몽골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왕과 왕비 신주를 모신 종묘(宗廟)에는 고려 공민왕 신당이 있다. 이 신당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건설을 지시한 것으로 전하는데, 그 이유는 명확지 않다.
조선은 공민왕(재위 1351∼1374)을 사실상 고려 마지막 임금으로 여겼다. 공민왕을 이은 우왕(재위 1374∼1388)은 신돈의 자식으로 여겼고, 우왕 아들인 창왕과 이성계가 추대한 공양왕은 재위 기간이 매우 짧았다.
공민왕은 흔히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은 원에 저항하고 개혁을 추진한 임금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고려는 공민왕 사후 20년도 지나지 않아 망했다.
고려 무인 이야기(전 4권)를 쓴 역사 저술가 이승한 씨는 신간 '몽골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에서 공민왕 치세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공민왕은 1356년 기황후 오빠이자 권세가인 기철 일당을 제거한다. 곧바로 96년 만에 원나라 연호 사용을 정지하고, 상비군 체제 정비와 관제 복구를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그해 10월 원 황태자 생일을 축하하는 사신을 파견해 전통적 사대관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왜구와 홍건적 침입으로 위기를 겪은 공민왕은 기황후를 이용한 폐위 시도를 막아낸 뒤 1365년 노비 출신 승려 신돈을 등용해 국정을 위임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신돈은 신진사대부를 양성하고 개혁을 펼쳤음에도 집권 6년 만에 공민왕한테 죽임을 당한다.
저자는 사료를 바탕으로 공민왕 대에 벌어진 사건을 시간순으로 기록하면서도 중간중간 개인적 의견을 집어넣는다.
예컨대 공민왕에 대해 "용인술에서 보이는 특징은 왕권에 위협적인 인물을 아예 키우지 않는 것이었다"며 "관료 집단뿐만 아니라 측근들마저 온전히 신뢰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저자가 보기에 공민왕은 의심과 시기가 많은 인물이다. 관료 발탁과 퇴출을 반복했고 "죽고 사는 것을 같이한다"고 약속한 신돈을 내쳤다.
그는 공민왕이 줄곧 추구한 바는 왕권 확립이었고, 입지가 약해지자 신돈을 이용해 공신 세력을 대거 축출했다고 분석한다. 이런 점에서 공민왕은 정국을 주도하는 능력과 정치 감각이 매우 탁월한 국왕이었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공민왕이 펼친 반원·개혁정치가 고려왕조를 재건하는 개혁적 수성(守城)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고려왕조를 해체하는 혁명적 창업(創業)의 단서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원 정치를 계기로 무장세력이 신흥 강자로 등장할 수 있었고, 그중 이성계가 역성혁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과 고려가 중앙과 지방 정권처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됐고, 원이 쇠퇴하자 고려가 등을 돌렸지만 두 나라는 함께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공민왕이 죽음을 맞이하자 우왕은 선대 정책을 부정하고 원과의 관계 회복을 꾀하지만, 당시 중국 패권은 이미 명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고 부연한다.
책은 저자가 2009년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을 발간하면서 시작한 '몽골제국과 고려' 시리즈 마지막 4권이다. 그는 이른바 원 간섭기에 고려가 자주성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강조한다.
푸른역사. 556쪽. 2만5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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