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는 보편적일 때 효과 있다'…트럼트 대이란 제재 통할까

입력 2018-08-07 16:35  

'제재는 보편적일 때 효과 있다'…트럼트 대이란 제재 통할까
역사적 사례로 볼때 일방적 제재 성과 불분명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D-데이를 기해 이란에 대한 제재의 칼날을 빼 들었다. 압박을 가해 이란 핵 합의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란은 현재 미국의 제재가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곤경에 몰려있다. 미국의 제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이란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는 불분명하다. 현 이슬람 신정 체제를 붕괴로 몰고 갈지, 아니면 현 체제를 더욱 강화할지는 미지수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6일 역사적 사례를 들어 '제재는 보편적일 때 효과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제재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을 절하했다. 전쟁을 피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를 바꾸려는 본래 의도대로 실행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멀리는 기원전 432년 당시 아테네가 인접 메가라에 무역 제재를 가했으나 결과는 메가라를 굴복시키는 대신 메가라가 스파르타로 도움을 청하게 만들었고 이어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아테네는 지역 패권을 상실했다.
더타임스는 메가라의 교훈이 현재도 유효하다면서 제재를 통해 한쪽의 공급선을 끊을 경우 제재 대상은 다른 쪽을 구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수년간의 제재도 결국은 그 태도를 바꾸는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접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과 공급을 중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단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에 대한 제재도 수단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제연맹 시절인 1935년 이탈리아에 아비시니아 고원으로부터 철수하도록 제재 위협을 가했으나 영국과 프랑스가 제재에 동조하길 거부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는 결국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이은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맞서 이란을 지원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지원, 거래하는 외국 정부와 업체들을 징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감수하고 대응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제재의 성공적인 케이스로는 보통 1980년대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경우가 꼽힌다.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려면 강력한 국제적 합의가 필수적임을 입증한 케이스였다.
당시 민권단체 등에서 벌인 남아공에 대한 투자철회 캠페인도 효과적이었다. 남아공으로부터 약 200억 달러 상당의 투자가 빠져나갔다.
반면 쿠바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실패했다. 쿠바는 오히려 오바마 정권의 대화 전략이 더 주효한 케이스였다.
유엔이 제재를 제대로 시행에 옮긴 것은 1990년대 이라크였다. 그러나 제재로 실제 고통을 받은 것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아니라 무고한 주민들이었고 '식량을 위한 석유'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패 속에 후세인 정권을 강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했고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포괄적인 제재에 따른 인도적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이후 유엔 제재는 무기 기술이나 판매, 금융 거래 등 특정 분야를 지목해 단행됐으며 그 대상도 개인이나 주체가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북한 김정일이 유엔 사치품 금수 대상이 된 첫 국가 지도자였으나 역시 후원자인 중국을 통해 제재 망을 빠져나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가 1988년 로커비 폭파사건 용의자를 인도하기로 한 것은 제재에 따른 결과이긴 했으나 그가 2003년 로커비 사건 책임을 인정하고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포기를 선언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 등의 이라크 침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을 점거하자 이란에 대해 첫 제재를 가했다. 이란에 대해 무역 제재를 단행하고 12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자산을 동결했으나 이란은 다른 나라들과 자유롭게 교역했다.
미국은 1996년 이란의 석유와 가스 분야에 투자한 외국 업체들에 제재를 가했으나 유럽 측의 항의로 이를 중단했다.
2007년 유엔은 핵 프로그램을 이유로 이란에 대해 첫 제재를 가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추가 제재가 뒤따랐다.
제재 효과가 이란 주민들에게 미치면서 2013년 대외 개방 정책을 표방한 개혁파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됐다. 미국의 제재가 이란 내정에 또다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다.
특히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대안을 찾아낼 경우 미국의 제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불분명하다. 아울러 미국이 이번 제재를 통해 기존 핵 합의의 수정을 원하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이란 신정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는지도 미지수이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는 이란인들이 제재의 책임을 정권에 돌렸으나 이번에는 미국 측을 비난하는 분위기여서 자칫 이란 이슬람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민족주의적 봉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제재는 실패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테네와 메가라가 그 한 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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