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후진국 오명 사우디, '만만한' 캐나다 본보기 삼았나

입력 2018-08-07 18:21  

인권후진국 오명 사우디, '만만한' 캐나다 본보기 삼았나
내정간섭 이유로 '외교위기' 조성…'서방의 인권 비판 차단 의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 단절 수준의 외교적 위기를 감수하면서 자국의 인권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 캐나다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는 5일 주사우디 캐나다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24시간 이내로 떠나라고 추방을 명령했다. 동시에 주캐나다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동시에 캐나다와 신규 투자, 무역 거래를 동결키로 했다.
이어 캐나다와 직업훈련, 장학금 프로그램, 교환 교수 등 학술 교류를 모두 끊고 캐나다에서 유학하는 자국 학생 1만5천여명을 다른 국가로 전학시킬 방침이다.
사우디 국영 사우디아항공은 13일부터 캐나다 토론토 노선을 전면 중단한다.
이번 양국의 갈등은 주사우디 캐나다 대사관이 3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에 인권 운동가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사우디는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면서 즉시 대응 조처를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6일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OIC) 등 사우디가 주도하는 이슬람권 국제기구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이웃 걸프 지역 국가가 사우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도록 독려했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7일 사설에서 "사우디와 관계악화는 좀처럼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을 캐나다는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인권단체나 언론도 아니고 외무부가 공식 성명을 냈다는 점이 다른 사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공식 성명에서 캐나다는 단순히 우려를 표한 수준이 아니라 구속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사우디는 이를 노골적인 내정간섭이자 외교 관례를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정부가 이전 성명을 철회한다는 새로운 공식 입장을 내고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총리 전용기에 대표단을 태워 사우디에 보내라고 요구했다.
지난 사흘간 급박하게 진행된 양국 간 외교갈등은 어떤 면에서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는 사우디는 물론 중동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아닌 탓이다.
이를 두고 사우디 왕가가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끊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우디가 여성 운전허용처럼 나름 과감한 인권 개선을 추진하면서 온건하고 현대적인 이슬람 국가로 변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데도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항상 발목을 잡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권과 '인권 기준'이 현저히 차이 나는 서방의 비판은 사우디로선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 내전으로 예멘 국민이 최악의 비인도적 위기에 처하자 국제 인권단체에선 사우디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를 '본보기' 삼아 이런 비판적인 국제여론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인권 상황과 사형제에 대해선 비단 캐나다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정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관계가 악화해도 정치·경제적 타격이 덜한 캐나다를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베세마 모마니 캐나다 워털루 대학 교수는 7일 현지 언론 글로브 앤드 메일에 투고한 기고문에서 "사우디의 과감한 대응은 캐나다를 문제 삼은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는 (캐나다를 사례로) 자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비판하면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하려고 했다"면서 "서방을 군사력 또는 전략적으로 위협하진 않겠지만 사우디는 서방에 막대한 달러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서방국가도 사우디의 인권을 비판하지만 외교, 정치적 관계가 덜 복잡한 캐나다가 사우디엔 더 쉬운 표적이다"라며 "캐나다에 석유제품을 약간 파는 사우디와 달리 사우디에 무기를 팔아야 하는 캐나다가 더 아쉬운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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