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에 욕지·비진도 등 섬 관광객 '뚝'…통영 여객선 울상

입력 2018-08-08 14:25   수정 2018-08-08 14:41

[르포] 폭염에 욕지·비진도 등 섬 관광객 '뚝'…통영 여객선 울상
터미널 인근 상가 배짱장사는 이제 옛말…"연착륙 프로그램 마련해야" 지적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8일 경남 통영항에 있는 통영여객터미널은 휴가철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여름 휴가가 본격 시작된 이맘때면 꽉 찬 주차장으로 전국서 온 관광버스가 도로변에 일렬로 길게 늘어서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날 터미널 주차장은 군데군데 비어 있다.
터미널 내에도 50여 명 정도만 띄엄띄엄 의자에 앉아 배편을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 사정도 다르지 않아 일부 창구에는 아예 배표를 사는 사람이 없다.
쪽빛 바다의 너른 품에 보석처럼 박힌 섬 수백 개를 자랑해 이름 붙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였다.
최근 통영 섬들은 관광 자원화하며 산덕항, 연명항 등 직항노선이 빠르게 개설됐다.
하지만 올해 통영여객터미널을 포함한 이들 항구에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선주들과 인근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통영여객터미널의 경우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 중순 이후 전년 대비 이용객이 35% 수준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80%대로 다시 올라섰다.
현재 여객선 17척이 욕지도 등 8개 항로를 운항하며 하루평균 3천800여 명을 수송하고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전년 대비 100%대는 넘어서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 올해는 예상외로 방문객 발길이 뜸해 걱정"이라며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고 이례적인 폭염이 지속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승선율도 30%대로 증편은커녕 기존 운항노선마저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 휴가철 호황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됐다.
유람선은 여객선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아 결항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광객을 태우고 터미널을 찾는 조건으로 관광버스 회사에 건네주던 리베이트 관행도 관광객 감소로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
이런 덕분인지 성수기만 되면 기승을 부린 상가의 바가지 영업도 자취를 감췄다.
터미널 근처 커피숍 종업원은 "대부분 상인이 장사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우리 가게도 작년 대비 매출이 절반 정도 줄었다"며 "여행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국내외 할 것 없이 전체적인 관광객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영∼만지도 노선을 운항하는 돝섬해피랜드 오용환 대표는 "찜통더위에 따가운 햇볕을 피할 그늘막 하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굳이 힘들게 통영 섬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며 "예전엔 최고 관광명소라고 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배짱장사'가 가능했으나 이젠 옛말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동양의 나폴리라는 듣기 좋은 공치사로 살아남기 힘든 한계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며 "통영시가 나서 관광객 서비스와 기후변화 대비책 등 관광 연착륙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현재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줄어 시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박람회 참가, 집중적인 지역홍보 등을 통해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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