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평양냉면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18-08-11 07:03  

'소울푸드' 평양냉면의 어제와 오늘
신간 '평양냉면'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냉면이 본래 겨울 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월북작가인 김남천이 해방 전 언론에 기고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웬만큼 국수 맛을 아는 사람은 한겨울에 오히려 냉면 맛을 즐긴다. 혀를 울리는 쩌르르한 '전동치미' 국에 국수를 풀어놓고 돼지비계 같은 흰 잔디 쪽 위에 다대기를 얹은 것을 훅훅 들이켜는 맛이란 아닌 게 아니라 다른 계절에선 찾아볼 길이 없는 훌륭한 미각이다."
그 아래 대목에는 같이 내기 화투를 하다 밤참으로 냉면을 시키면서 50줄의 늙은이를 위한답시고 한 그릇을 온면으로 주문했다가 늙은이의 노염을 산 일이 있다는 사연도 있다.
신간 '평양냉면'(가갸날 펴냄)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등장해 나라 안팎에서 화제가 된 '소울푸드' 냉면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다.



이 책은 냉면의 유래부터 역사를 담은 옛 기록, 그림, 사진 그리고 냉면을 예찬한 문학작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기록에 따르면 냉면은 고려시대 중엽 평양성 밖의 찬샘골이란 마을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장수노인으로부터 메밀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 주막집 주인이 만들어 팔던 메밀칼제비 장국의 면을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어봤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 음식은 '곡수'(穀水)란 이름이 붙었다가 나중에 '국수'로 불리게 됐는데, '찬곡수'가 평양성 안까지 소문이 나면서 '평양냉면'이라는 고려의 특식이 됐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평양 모습을 그린 '기성전도'(箕城全圖)에는 대동문, 부벽루 등 명승지와 함께 '냉면가'(冷麵家)라고 표기된 냉면집이 등장한다.
이 무렵 평양을 여행한 실학자 유득공이 가을이면 '평양의 냉면과 돼지 수육값이 오르기 시작한다'는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당시 냉면이 얼마나 유행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술 먹은 뒤에는 냉면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의 선주후면(先酒後麵)이란 말도 회자가 됐다고 하니, 옛 조상들의 '냉면 식도락'이 대단했던 듯하다.
19세기 초 순조 임금은 냉면을 궁궐 밖에서 주문해서 먹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배달음식 문화가 여기에서 유래한 걸까.
책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에서 시작된 냉면이 19세기, 20세기 초, 6·25 전쟁기 세 차례에 걸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롯된 평양냉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볼 때 조만간 냉면의 네 번째 확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남천·백석·최재영 외 지음. 222쪽. 1만3천500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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