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에 꺾인 '프라하의 봄' 50주년, 아직 불안감은 여전

입력 2018-08-14 10:54  

탱크에 꺾인 '프라하의 봄' 50주년, 아직 불안감은 여전
체코-슬로바키아, 극우-포퓰리즘-러시아 영향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50년 전인 1968년 8월 19일 소련을 비롯한 이른바 바르샤바 조약군 50만 명이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을 침범했다. 알렉산드르 두브체크 등 체코의 개혁파 공산당 지도자들이 이끄는 자유화 운동을 짓밟기 위한 것이다.
소련군을 주축으로 동독과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군이 가세했고 이들은 '반혁명에 굴복할 수 있는 사회주의 진영의 동맹에 형제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코의 갓 태어난 자유화 운동이 공산 동맹군의 탱크에 무참히 짓밟히면서 체코 지도자는 모스크바로 압송돼 노선 포기를 공개 천명해야 했다.
그렇지만 체코 주민들은 점령 소련군 병사들에게 야유를 퍼부으면서 그들 나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해 1월 두브체크가 체코 공산당 1서기에 선출되면서 비롯된 프라하의 봄은 약 8개월간 동구 정치 지평을 새롭게 만들었으나 무력으로 진압당했고 베트남전이나 같은 해 프랑스 학생시위 등 다른 주요 시대적 사건과 비교하면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지정학적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프라하의 봄 당시는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였으나 지금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민주주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애국주의는 본질에서 민족주의라기보다 시민적인 것이었으며 1989년 이른바 벨벳 혁명을 통해 가장 뛰어난 업적의 독립을 이뤄냈다.
그러나 최근 정세 속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입지가 불안하며 이들 양국은 프라하의 봄이 지니는 교훈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FT는 강조했다.
FT는 14일 칼럼을 통해 프라하의 봄의 교훈으로, 교조적 이데올로기기와 정치적 실제는 그것이 1960년대 공산주의 방식이든 현대의 맹목적인 급진 좌·우파 이념이든 스스로 붕괴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불충분한 해결을 제시하며, 반대자들을 협박하고 전문가들을 조롱하며 이성을 비하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적 비효율성과 사회적 긴장, 정치적 불만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하의 봄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정치적 권리와 정의, 그리고 국민 자유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의 욕구이다. 이는 1953년 동베를린과 1956년 헝가리, 1968년 프라하, 1980년 그다니스크, 그리고 1988-91년간 발트해 연안국들에서 드러난 바 있다고 강조했다.
3번째 교훈으로는 정치투쟁의 품위를 거론했다. 정치적 투쟁은 굳이 저급한 용어나 행동으로 행해질 필요는 없으며 두브체크는 프라하의 봄 동안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결국 1989년 벨벳 혁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이다.
FT는 지난 10여 년간 자유주의는 퇴보하고 법치는 위협받고 있으며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서양 안 간 불협화음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약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단합과 정치적 의지, 그리고 참신한 구상들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권력이 비민주적인 실력자나 정치적 선동가 수중에 들어가 있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도 중유럽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러한 불길한 추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체코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친러시아 극우정당이 의회에 진입했고 또 밀로스 제만 대통령은 EU보다 러시아와 가깝다.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인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는 포퓰리스트 스타일이 마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연상케 한다고 FT는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중유럽에서 가장 친러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현재 헝가리 및 폴란드와 함께 비셰그라드 그룹으로 간주되면서 EU로부터 '유럽 가치에 가장 신경을 덜 쓰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FT는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그들의 국가 규모를 고려할 때 헝가리나 폴란드 등에 의해 유럽의 주류로부터 쓸려나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프라하의 봄의 핵심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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