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망스런 폭염…고수온에 양식어류 수천마리 매일 떼죽음

입력 2018-08-14 16:07  

[르포] 원망스런 폭염…고수온에 양식어류 수천마리 매일 떼죽음
그늘 만들고 액화산소 공급해도 폐사 계속돼 어민들 발만 '동동'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하루에 물고기가 수천 마리씩 죽어 나가 온종일 건져내야 합니다. 물고기가 썩으면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 독해서 한번 옷에 배면 빠지지도 않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14일 경남 통영시 달아항 인근 가두리양식장에 고온을 견디지 못해 폐사한 물고기 수십 마리가 물 위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조피볼락, 참돔 등 50여만 마리를 양식 중인데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물고기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고수온에 부패가 심해 양식장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코를 찌를 듯한 악취가 났다.
뜰채로 폐사한 물고기 몇 마리를 건져 올리자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패 정도가 심했다.
이곳에서 14년째 양식장을 운영 중인 김성대(47)씨는 폐사한 물고기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양식장 내 바다 수온을 나타내는 자동수질측정기에 수온이 26도로 기록되자 그나마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하루에 4천∼5천 마리씩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지만 바다수온이 높아지며 발생한 문제라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며 "폐사한 물고기를 다른 물고기가 뜯어 먹을 수 있어 보이는 족족 건져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여름 수온이 최고 29도까지 올라가면서 폐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오늘처럼 비교적 수온이 낮은 날에도 폐사를 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보통 수온이 28도 이상 올라가면 용존산소량(DO)이 떨어져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하기 쉽다.
이 때문에 양식 어민들에게 해마다 7월에서 9월까지가 가장 어려운 시기다.
적조라면 황토라도 뿌리겠지만,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어 대다수 어민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광망을 양식장 위로 덮어 그늘을 만들고 액화산소도 공급해봤지만, 폐사를 막을 순 없었다.
폐사한 물고기는 냉동고에 얼려놓았다가 시에서 지정한 유기화학 비료 공장으로 옮겨져 비료 원료로 쓰인다.



게다가 여름철 폐사가 발생하면 양식어류 소비도 크게 떨어져 물고기 폐사에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폐사한 물고기를 판매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윤수 통영해수어류양식회 회장은 "폐사한 물고기는 썩어서 팔지도 못하고 모두 비료로 쓰이는데 이마저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민"이라며 "시중에 유통되는 물고기는 모두 싱싱하고 폐사와 관계없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도내 89곳에서 말쥐치, 돌돔 등 양식어류 114만6천900여 마리가 높은 수온 때문에 폐사했다.
피해 금액은 약 13억4천400만원이며 특히 통영(54만 마리, 53곳)과 거제(28만8천 마리, 9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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