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통영한산대첩축제

입력 2018-09-08 08:01  

[연합이매진] 통영한산대첩축제
이순신 장군의 승전을 되살려 내다

(통영=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1592년 7월 8일(음력)의 한산대첩은 임진왜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대(大) 해전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중심이 된 조선 수군은 천재적 전술로 왜군의 최정예 함대를 완파했다. 이에 힘입어 조선군은 제해권을 장악하며 7년 전쟁을 승리로 끝냈다. 매년 여름 펼쳐지는 통영한산대첩축제는 그 승전의 통쾌함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다. 올해도 시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당시 상황과 감동을 생생히 느껴볼 수 있었다.



"사직과 겨레를 위하여 무비를 튼튼히 하여 왜적을 물리쳐 충성을 다하여야 하겠거늘 오늘 이 군점은 전장에 임함과 다름없나니 추호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렷다!"
축제 첫날인 8월 10일 오후, 삼도수군통제영의 군점(軍點)이 진행된 통영시 여황산 기슭의 세병관(洗兵館). 통제사 이순신 장군은 부하의 물샐틈없는 방비 보고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엄정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어 아악의 힘찬 음향이 사방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군점은 조선 시대 수군이 군사훈련 때 행했던 군사점호다.
약 30분간의 군점 재현에 이어 진행된 이순신 장군 행렬. "쉬! 쉬! 통제사님이 납신다!"라고 나정사령이 외치자 구경꾼들로 가득했던 길이 훤히 열리기 시작했다. 통제사 가마에 오른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군악대, 의장대, 취타대, 풍물단 등 500여 명으로 구성된 행렬은 펄럭이는 깃발들을 앞세운 가운데 세병관을 출발해 강구안 문화마당까지 2.5km 구간을 당차게 행진했다. 이에 거리 양쪽에 늘어선 시민과 관광객들은 "통제사님!" "통제사님!"을 연신 외치며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 올해로 57회째…1962년 이후 줄곧 열려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을 기념하는 제57회 한산대첩축제가 지난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경남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과 이순신공원 등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순신과 함께 놀자'를 주제로 한 올해 축제는 첫 회 때부터 대표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온 '군점 및 이순신 장군 행렬'과 '한산대첩 재현'을 비롯해 지난해 첫선을 보인 '공중 한산해전', 올해 처음 도입한 '버블 코스프레 거리 퍼레이드' '거북선 파이어 판타지' 등이 방문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전통무예 시연, 거북선 노 젓기 대회, 바다 활쏘기 대회 등이 다채롭게 열려 호평받았다. 승전무 공연과 남해안 별신굿 공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발표회, 통제영 시조창 한마당 등 전통문화예술로 느껴보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축제 주제에 걸맞게 젊은 세대를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린이 군점을 비롯해 이순신체험학교, 이순신 및 한산대첩 아동 그림 그리기 대회, 이순신 워터파크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을 온몸으로 느껴보게 한 것이다.
한산대첩은 전라 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통영과 운명적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이순신 장군이 진두지휘한 조선 수군 연합함대는 학익진(鶴翼陣·학의 날개 형상의 진) 전법을 구사함으로써 왜군 수군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당시 대전에서 조선 수군은 58척이 출격해 단 한척도 침몰하지 않은 반면에 일본 수군은 73척의 함선 중 59척이 격파 또는 나포됐다.
이때 한산도에 수군 본영을 설치했던 이순신 장군은 이듬해 8월 초대 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한산도의 통제영은 1604년 현재의 통영시인 두룡포로 옮겨져 1895년 폐영될 때까지 290여 년 동안 존치했다. 현재의 지명인 통영은 바로 이 통제영의 줄임말이다. 축제는 조선 최대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한산대첩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1962년부터 지금까지 57회에 걸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





◇ 대서사극으로 재현된 한산대첩

하늘과 바다와 땅을 크게 울린 전대미문의 대해전이었다. 축제 이틀째인 8월 11일 오전 산양읍 당포항에서 출정식을 갖고 발진한 40여 척의 조선 수군이 오후 한산도 앞바다에 이르자 온 세상에 긴박한 전운이 감돌았다. 이윽고 세 척의 조선 군선이 왜선이 포진하고 있는 견내량으로 다가가 드넓은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냈다. 순간 바다는 426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했다. 해군함정과 어선 등 100여 척이 양측으로 나뉘어 승패를 놓고 격돌하는 대서사극이 펼쳐진 것이다.
"조선의 수군들이여! 결전의 시간이 왔다! 살기를 각오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 총공격하라!"
이순신 장군은 망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결연한 어조로 명령했다. 이에 뒤질세라 적장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도 힘찬 목소리로 왜 수군을 다그쳤다.
"오늘 이곳이 조선 수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속도전이다! 배를 붙여라! 도선하여 올라 사무라이의 검무를 펼쳐라!"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가운데 펼쳐진 일대 격전. 하지만 조선 수군의 학익진 포위망에 걸려들면서 왜군은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판옥선, 거북선 등 조선 함선에서 각종 화포와 화살이 적선에 퍼부어지고 전투는 일방적 승리로 종결지어졌다.
승전의 축포가 터트려져 밤하늘을 찬란히 수놓고 방문객들의 환호성이 뜨겁게 울리는 가운데 해안의 이순신공원에서는 축하한마당이 신바람 속에 펼쳐졌다. 통영의 전승 북춤인 '승전무'와 진도 교류공연단의 '강강술래'도 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더불어 경상도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도 신명을 더했다.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우리 우리 충무장군 덕택이요"
"강강술래 강강술래/ 뛰어보세 뛰어보세 욱신욱신 뛰어나보세"
"가자 가자 앞으로 가자/ 거북선을 타고 가자/ 쾌지나 칭칭 나네"
방문객들은 바다에서 재현되는 환상적 승전 장면을 넋을 잃은 듯 탄성 속에 바라보고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정영(67·여) 씨는 "너무도 감동적이에요. 우리 바다가 이렇게 지켜졌구나 싶으니 이순신 장군이 더욱 자랑스럽고 고마워집니다"라며 사뭇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통영시민 장인영(37) 씨도 "역사적 상황을 그 현장에서 직접 보니 더욱 뭉클해진다"며 "이 거대한 드라마를 매년 보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새롭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8월 10일 밤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펼쳐진 '공중 한산해전'은 한산대첩을 첨단 기술과 특수 효과의 현대적 예술작품으로 극화한 프로그램이었다. 강구안에 정박한 판옥선과 거북선을 중심으로 불꽃 향연과 공중 에어리얼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공중 해전을 연출한 것. 마산에서 온 고부경(50·여) 씨는 "밤하늘에서 펼쳐지는 해전 모습이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면서 "지난해에도 봤는데 올해는 내용이 더욱 정교해지고 방문객도 한결 많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8월 11~14일 밤마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거북선 파이어판타지'는 불과 불꽃, 조명과 음악, 특수효과와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퍼포먼스였다.




◇ 축제의 묘미는 놀이…버블쇼 인기

축제의 묘미는 역시 놀이다. 남녀노소 등 일체의 차이와 차별을 떠나 모두가 한데 어울려 놀 때 기쁨은 극대화하기 마련. 한산대첩축제에서도 이 같은 놀이를 즐기는 프로그램들로 넘쳐났다.
그중 하나가 매일 오후에 문화마당의 '이순신학교' 체험장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버블쇼 '왜군 좀비와 싸워라'였다. 참가자들이 험상궂은 가면을 쓰고 검은 비닐 외투를 걸쳐 입은 왜군 좀비들과 한판 물총 대결을 펼친 것. 수십 명의 참가자와 좀비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쫓고 쫓기는 가운데 버블쇼의 물총 싸움을 한껏 즐겼다.
울산에서 온 이준서(9) 군은 왜군의 뒤통수에 물총 거품을 가격하면서 "재밌어요! 신나요!"라고 외치자 놀이판 밖에서 바라보던 아빠 이원창(38) 씨는 "아이가 재미있게 노는 모습에 제 기분도 좋아지네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조그만 나무 조각을 이용해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어나가는 체험도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거북선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여나경(9)·나금(7) 자매는 "만들어보니 기분이 좋아요"라며 귀여운 얼굴로 기쁨을 한껏 드러냈다. 할머니 김정자(통영·61) 씨는 "우리 나경이, 나금이가 스스로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라며 환한 얼굴로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축제 개막일 오후에 이순신 장군 행렬과 함께 거리를 행진한 '버블 코스프레 거리 퍼레이드'는 누구나 참여해 즐기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거북선 버블카와 버블머신, 깡통열차를 타고 가장행렬을 하면서 비눗방울이 만들어내는 멋진 세계를 만끽했다. 깡통열차에 올라 버블총을 마구 쏘아댄 백경순(65·통영) 씨는 "통영사람이지만 이렇게 직접 참가해보기는 처음이에요. 어깨춤이 절로 나오네요"라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유망축제로 지정된 데 이어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우수축제로 격상돼 매년 개최되고 있다. 초창기 명칭은 '한산대첩기념제전'이었으나 1996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뀐 뒤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올해 축제 폐막일인 8월 14일은 1592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국정신으로 지켜낸 날이었다"면서 "이번 축제는 '이순신과 함께 놀자'라는 주제에 걸맞게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소통으로 시민 대통합의 계기를 마련한 초석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충무공 이순신 관련 축제는 통영한산대첩축제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산 성웅 이순신축제(4월), 목포 이순신 수군문화축제(4월), 여수거북선축제(5월), 경남 고성 당항포대첩축제(7월)가 그것이다. 그리고 9월에는 전남 해남과 진도 울돌목 일원에서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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