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물러난 태풍…"호들갑 대비" vs "과해도 된다" 갑론을박

입력 2018-08-24 14:51   수정 2018-08-24 16:26

조용히 물러난 태풍…"호들갑 대비" vs "과해도 된다" 갑론을박
6년 만의 상륙, 느린 북상 속도 등 피해 우려에 네티즌 '시끌'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큰 피해가 우려됐던 제19호 태풍 '솔릭'이 비교적 잠잠하게 24일 오전에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태풍 대비를 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상청 등이 과도하게 태풍의 위험성을 부각한 게 아니냐는 의견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24일 행정안전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오전 9시 강릉 남서쪽 40㎞ 부근 육상을 지난 뒤 오전 10시에 강릉 남서쪽 20㎞ 부근 해상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다.
22일부터 사흘간 제주 윗세오름에 1천33㎜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전남 진도 305.5㎜, 제주 302.3㎜, 전남 강진 245.5㎜ 등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명이 실종되고 2명이 다쳤다.
전날 오후 9시 30분에는 국도 77호선 절토사면 1곳이 유실됐다. 복구는 이날 오전 1시 40분께 마무리했다.
하수관 역류사고가 67건 발생했고, 제주에서는 위미항 방파제 공사 자재 일부가 유실됐다.
전남 완도와 진도에서는 버스승차장이 부서졌고 제주, 여수, 장흥, 해남에서는 가로수 154그루가 넘어졌다. 가로등 3개와 신호등 97개도 파손됐다.
제주에서는 농작물 2천703㏊가 침수 등 피해를 봤다.
비닐하우스 4동과 축사 8동, 어선 6척, 넙치양식 시설 3곳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와 전남, 광주 일원의 주택과 상가, 축사 등 2만6천826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태풍 솔릭은 이처럼 우리나라 전역에 크고 작은 피해를 유발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6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인 데다 시속 4㎞의 속도로 느리게 북상하면서 큰 피해를 낼 것이라는 당초 우려화 달리 비교적 피해 규모가 작았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강한 중형급 태풍인 솔릭은 강풍 반경이 320㎞이고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에 달했다.
태풍이 예상 밖으로 큰 피해 없이 한반도를 빠져나가자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태풍 대비 태세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태풍 관련 기사에 "귀여운 솔릭이. 어디서 이 귀여운 태풍을 그 흉악한 매미랑 비교해"라거나 "피해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진짜 역대급 허풍이었다"는 등 상반된 의견을 올렸다.
또 "역대 최악의 설레발"이나 "태풍 매미를 능가한다면서, 역시 구라청" 등의 표현을 쓰며 기상청을 비난하는 의견도 눈에 띈다.
이런 반응은 태풍에 대비해 행사나 약속 등을 줄줄이 취소했는데 막상 큰 영향이 없자 허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전국의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식당 등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이 많았고, 지자체들도 계획했던 행사나 축제를 취소되거나 연기했다.
태풍 때문에 전국 주요 도시 초·중학교가 휴업하면서 긴장했던 학부모 등도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맞벌이 부부는 "태풍으로 학교가 휴업하는 바람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오전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며 "이 정도 태풍이라면 학교를 정상 운영해도 될 텐데 학부모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교육 당국에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부산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태풍이 워낙 이슈화가 되고 있어 이번 태풍을 두고 '설레발'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으면 최대한 알려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상청의 임무"라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방재 차원에서 유관기관에 대비를 당부하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네티즌은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이번 태풍 같은 건 건강한 설레발이죠"라며 기상청을 두둔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솔직히 우리나라를 관통하면 얼마나 큰 재난인가. 우리는 정말 재난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빨리 근본적인 재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썼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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