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승려·재가자, 동시 열린 교권수호대회 절반 못미쳐
우정국로 사이로 불교계 양분…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설정 총무원장 퇴진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사태 최대 분수령으로 전망된 26일 '대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위한 전국승려결의대회'가 세력을 과시하지 못하고 끝났다.
당초 주최 측은 승려대회에 3천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승려대회 주인공이라 할 만한 스님은 200명 안팎(주최측 주장 300명)이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반면 조계종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연합회가 맞불 행사 격으로 이날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 교권수호결의대회는 승려 1천여 명과 재가 불자를 포함해 약 1만 명(주최측 주장)이 참가해 대조를 이뤘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한 물리적 충돌을 일어나지 않았다.
승려대회가 세력 결집에 실패하면서 혼돈으로 빠져드는 듯했던 조계종 사태는 교권 수호와 종단 안정을 내세운 주류를 중심으로 안정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두 행사는 본래 23일로 예정됐으나,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보되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양측은 모두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행사를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교권수호대회 측이 조계사를 선점하면서 승려대회는 조계사 건너편 우정국로 일부 차선에서 진행됐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불교개혁행동이 주최한 승려대회 참가자들은 정오에 보신각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우정국로로 행진했다.
승려대회 참가자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정능력을 상실한 종단 상황에 대해 참회한 뒤 자승 전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한 적폐 세력과 종권 카르텔을 척결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설정 스님 퇴진을 끌어낸 것은 출가자보다는 깨어 있는 재가자들이었다"며 설정 스님 퇴진으로 적폐청산이 끝났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장 간선제 폐지와 직선제 도입, 재정 투명성 확립, 사부대중과 비구니(여자 승려) 종단 참여 확대, 중앙종회와 총무원 해산에 이은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재가자가 앞장서서 조계사 주변 도로를 한 바퀴 돈 뒤 조계사 앞에서 회향식을 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대회'는 낮 12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음악회를 마친 뒤 1시 30분부터 본행사를 진행했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宗正) 진제 스님은 교시에서 "사부대중은 시시비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성과 용서로써 수행본분으로 돌아가 대화합의 장에서 불교 중흥의 대장정에 동참해야 한다"며 "외부세력과 정치세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여망에 부응해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은 "청정한 변화를 위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인내하고 양보하는 넉넉한 품으로, 갈라진 서로의 마음을 개혁과 혁신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권수호대회 참가자들은 이어 종단 운영 투명화·교구자치제 실현·승가복지 확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외부세력과 불교파괴세력 같은 해종(害宗) 세력에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

이번 승려대회는 참가자 수와 조계사 진입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분석됐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주류인 교권수호대회에 밀린 것으로 평가된다.
1994년 4월 열린 전국승려대회는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저지와 멸빈(승적 영구 박탈)을 끌어내면서 종단개혁 시발점 역할을 했다. 1994년과 1998년 승려대회에는 승려 2천여 명이 참가했고, 스님들이 총무원 청사에 진입하기도 했다.
승려대회 측이 "시작이 아닌 끝"이라며 "오늘에 이어 결의대회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해 당분간은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달 28일 열리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는 현행 종헌종법대로 선거인단 321명이 뽑는 간선제로 치러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조계사 앞은 승려대회와 교권수호대회로 오전부터 경찰과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이 모여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승려대회 참가 재가자 수십 명은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함께 목탁을 두드리고, 다른 참가자는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글을 담은 종이를 거리에 뿌리기도 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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