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박물관에 브라질 '분노'…"정치인들이 한 짓"

입력 2018-09-04 11:31   수정 2018-09-04 15:04

잿더미로 변한 박물관에 브라질 '분노'…"정치인들이 한 짓"
항의시위서 경찰과 충돌…"월드컵에 돈 쏟아부을 때 박물관은 재원부족"
10월 대선 앞두고 정국 불안·재정 적자 등 겹치며 민심 동요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00년의 역사를 가진 국립박물관이 하룻밤 새 잿더미로 변하자 국민의 분노가 브라질 정부와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우데자네이루 시민 수백 명은 3일(현지시간) 박물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박물관 재건과 함께 현장 확인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내부진입을 시도,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후추 최루가스, 지휘봉 등을 동원해 시민들을 진압하는 모습이 TV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집회에 참가한 고교 교사 호자나 올란다는 "이 불은 브라질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한 짓"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올란다는 "그들은 우리 역사를, 또 우리 꿈을 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불안한 브라질에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현 정부의 인프라 붕괴 및 재정적자에 대한 비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화재로 브라질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예측 불가능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성난 유권자들이 브라질 내 부정부패 및 폭력 행위 증가, 취약한 경제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물관 측은 수년간 재원 부족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박물관 개보수를 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전시를 접기도 했다.
2013년 13만달러였던 연 예산은 지난해 약 8만4천달러로 줄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흰개미가 침입해 공룡 뼈가 소장된 관람실을 폐쇄하고, 이를 다시 개관하려 할 때 재원을 크라우드펀딩에 의지했던 게 단적인 예다.
박물관 부관장 알렉산더 켈너는 박물관이 최근에서야 방재 시스템 보완 등 개보수 계획을 승인받았다며 이번 "이 아이러니를 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관장 루이스 두아르테는 2013년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다고 돈을 쏟아부을 때 박물관도 개보수 재정을 요청했었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경기장 한곳에 쓴 돈의 4분의 1이면 박물관을 더 안전하고 멋지게 만들 수 있었다"며 "박물관이 무너진 책임은 정확히 연방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아르테는 또 박물관 직원들이 최근 화재 대응 훈련을 받았었지만, 불이 난 일요일 밤엔 아무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불이 항상 걱정이었다"며 "사무실을 떠나기 전에는 항상 플러그를 뽑아놓았었다"고 말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박물관은 처참한 모습이다.
브라질 민방위 관계자는 "건물 옥상과 내벽이 무너졌고 추가 붕괴위험까지 있어, 내부 진입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화재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세르지우 레이타우 브라질 문화부 장관은 현지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합선이나 자가 제작한 열기구가 옥상에 닿으면서 불이 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 소방당국도 대응 방식을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리우의 소방청장 로베르투 로다바이는 "어제는 나의 소방관 생활 중 가장 슬픈 날이었다"고 말했다.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운석 일부를 제외하곤 박물관 본관 소장품 대부분이 소실됐다며, 피해가 '재앙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본관은 한때 브라질 왕족의 거처로도 쓰였으며,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유물, '루지아'라 불리는 1만2천년된 인간 두개골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주요 기업, 은행 대표자들과 회동하고 박물관 재건에 도움을 요청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발레, 페트로브라스 등 브라질 주요 기업과 은행들이 지원을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프랑스 전문가 파견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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