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후 김해소각장 증설 놓고 시-주민 대립 격화

입력 2018-09-04 17:58   수정 2018-09-04 18:04

'공론화' 후 김해소각장 증설 놓고 시-주민 대립 격화
시, 여론조사 거쳐 증설 강행 태세…고립된 주민, 준법투쟁 등 강도 높여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의 생활쓰레기 소각장 이전과 현 시설 증설을 놓고 시설 주변 주민과 시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시가 '공론화'의 하나라며 시민원탁토론회를 열었지만, 주민과 환경단체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과잉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비상대책위는 4일 "피해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지난 2월 김해시장과 몰래 소각장 증설에 동의한다는 밀실협약을 체결한 부곡주민지원협의체의 정기회의장을 찾아가 협의체 해산과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이전을 요구하는 비대위 측 주민들은 점차 고립되자 증설 반대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일 시가 연 시민원탁토론회 직후엔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검사하는 준법투쟁을 펴겠다"며 쓰레기 대란이 생길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주말에 열린 원탁토론회 당시 비대위 주민 70여 명은 "생존권을 두고 무슨 토론회냐"며 원천 저지에 나섰지만, 토론회는 종일 진행됐다.
시는 "비대위에도 토론회 자료 제출과 전문가 추천 등 참여를 요청했지만, 아예 거부해 할 수 없이 비대위 입장까지 넣어 자료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시가 증설 입장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토론회에 들러리 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시는 증설이냐 이전이냐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증설 반대 입장 등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전체 시민 여론조사와 시민토론회를 연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토론회에서 시 관계자는 틈틈이 증설에 따른 입장과 주민 지원책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비대위 고문을 맡은 이영철 전 시의원은 비대위 측 입장을 잠시 설명하겠다고 행사장 입장을 시도하다 시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쫓겨났다.
반대주민들은 행사장 1층 폴리스 라인 안에서 농성하다 2시간여 만에 해산했다.
이날 토론은 3차에 걸친 시민 토론자 대상 설문조사를 거쳐 '증설 66명, 이전 44명'이란 결과를 내고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날 참석자 주거지를 조사한 결과 111명의 60%가 넘는 70명이 소각장이 위치한 장유지역이라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주민 비대위 측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시가 이미 결론을 내놓은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으로 장유주민이 70명인 것을 놓고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나 행사 진행 측은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해시는 원탁토론회가 마무리된 후 예상대로 장유지역 주민이 다수 참석한 자리의 결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시는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시민원탁토론에 장유지역 주민이 60% 이상 참여한 가운데 나온 결과라 의미가 크다"고 전제, "앞으로 최첨단방지시설을 설치해 환경피해가 없도록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악취에 대해서도 전문기관에 주민이 참여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는 원탁토론회 자료집에서 '공론화'라며 공론화 개념과 의미, 절차 등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이나 시민단체는 공론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공론화의 경우 먼저 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을 가진 전문가 집단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양측 데이터를 공개하고 문항 하나하나까지 조정을 거친 여론조사, 토론 전 과정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번 토론회는 시에서 증설 방침을 굳힌 상황에서, 이전할 때를 대비해 지난해 시가 용역을 거친 후보지 정보 등 이전과 증설 양쪽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토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당일 '증설 방침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창원시 공론화위원회 위원인 장용창 박사는 "김해시 자료집을 살펴본 결과 갈등 관리와 공론화 관점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며 "우선 김해시는 갈등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갈등을 중재해나가야 하는데도 스스로 중재 역할까지 맡으려 했다"고 진단했다.
장 박사는 "이는 검사가 판사 역할까지 맡는 것처럼 어색한 일"이라며 "주민들은 시가 제공한 정보를 못 믿겠다는 한다. 그러면 시가 아닌 제3의 기관이 공정하게 조사해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원탁회의를 통한 의견수렴의 하나로 오는 6일까지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소각장 증설 관련 여론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한 후 종합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미 토론회 직전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증설 찬성이 과반수 이상(52.5%) 나온 상황이어서 사후 조사 역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시는 전임 시장과 현 시장이 선거공약으로 이전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번복하고 증설 및 현대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부곡동 현 소각장 안 여유 공간에 소각로 1기를 더 설치하고 기존 소각로도 현대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루 처리용량 160t짜리 2기를 가동하는 시설을 갖추는데 국비와 도비 70%를 포함해 898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국·도비 지원을 받기 위해 광역화 시설로 만들고 창원시 진해구 쓰레기 50t을 매일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용창 박사는 "갈등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있는데 공론화는 전체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가치와 관련된 문제를 합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경우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보다 갈등 당사자가 훨씬 더 밀도 있게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 등 방식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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