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인데] ③ "대목 코앞인데 팔 과일·채소 없어"…상인도 한숨

입력 2018-09-07 08:01  

[곧 추석인데] ③ "대목 코앞인데 팔 과일·채소 없어"…상인도 한숨
작황 부진에 품질 낮은 농산물 태반…씨알 굵은 과일 예년 60∼70% 수준 그쳐
경매시장 '눈치싸움' 치열…상품성 좋은 건 가격 치솟아 구매 엄두도 못 내

(전국종합=연합뉴스) "안 팔리는 저품질 농산물뿐이고, 그나마 좋은 건 값이 너무 비싸서 안 팔리니 어쩌란 말인가요."

유례 없었던 올 여름 폭염에 이어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진 집중호우 탓에 최악의 흉작을 겪는 농민들만큼이나 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깊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판매할 농산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명절 특성상 상품성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인데, 상품(上品) 농산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확보했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품귀 현상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이래저래 힘겨운 상황이다.
7일 부산·대구·대전·청주 지역 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최근 이들 시장에 반입된 사과나 배 등 과일 물량이 예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과일이 한창 굵어질 시기인 지난 7월 내내 이상고온이 지속된데다 지난달 말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까지 겹치면서 산지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그나마 경매에 나온 과일은 상품성이 떨어져 제수·선물용에 사용되는 대과(大果) 비율이 전년 대비 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과를 예로 들면 한 상자에 들어갈 개수가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었을 만큼 사과 크기가 작아졌다는 얘기다.
물량 부족에 경매에 나서는 중도매인들의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조심스럽다는 게 중도매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 때문이다.
추석 대목 전인데도 이미 사과는 10% 이상, 배는 20∼30% 이상 시세가 올랐다.
현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사과 1상자(5㎏)가 최고 4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최고가가 3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시세가 5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지난해 2만1천∼2만5천원 했던 배 역시 1상자(7.5㎏) 가격이 3만5천원에서 최고 4만원까지 치솟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하는 중도매인들로서는 품질은 떨어지고 시세는 높다 보니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구경북원예농협 관계자는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 선물로 과일 대신 식료 가공품 등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기 마련"이라며 "상인들 입장에서는 판로가 줄어드는 셈이니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본격적인 추석 대목을 맞으면 상품성이 좋은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대목에 더 좋은 가격을 받고 팔려는 농민들의 심리를 고려하면 비교적 관리가 잘된 상품 과일이 다음 주 정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불안정한 시장 분위기에 소매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일 오후 광주시 대인시장에서 만난 상인 노순애(64·여)씨는 "배추, 애호박 등 대부분 채소의 도매가가 금값"이라며 "비싼 상품을 부담스러워 하는 손님들을 위해 싼 물건을 해오면 물이 질질 흐르고 속이 충실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이곳에서 한 상자당 5천∼1만원에 납품받던 애호박은 최근 4만5천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배추의 경우 품질에 따라 3포기 기준 소매가 5천∼2만5천원에 판매하는데, 1만5천원 미만 상품은 사실상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씨는 "품질이고 뭐고 가뭄과 폭우로 일단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빨리 안 팔리면 썩어서 나가는 물건도 많다"며 "추석 대목에는 웃으면서 장사를 해왔는데, 요즘은 울면서 장사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인근 과일가게 주인 백삼도(78·여)씨의 처지도 비슷하다.
그는 복숭아 1상자(4.5∼5kg) 소매가가 3만∼4만원까지 올라 단골을 제외한 손님들이 비싸다고 머뭇거리다가 가게를 지나치자 저렴한 물건을 함께 들여놨다.
그런데 상처가 난 낙과가 섞인 데다가 수분이 지나치게 많아 금방 상해버린 탓에 큰 손해를 봤다.
백씨는 "복숭아와 무화과 판매가 제일 고역"이라며 "예전 같으면 복숭아를 2∼3일 두고 판매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가 지나면 상태가 안 좋아져 팔 수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양영석 이재혁 장아름 전창해 차근호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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