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드론으로 DMZ 지뢰제거 시대 온다

입력 2018-09-08 06:00  

[김귀근의 병영톡톡] 드론으로 DMZ 지뢰제거 시대 온다
육군-국방과학연구소, 드론에서 폭탄투하 지뢰제거 연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각종 지뢰를 드론이 탐지하고 제거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전망이다.
DMZ에는 대인·대전차 지뢰 등 100만여 발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설된 장소가 불분명하고 제거해야 할 구역도 워낙 넓어 군인이 들어가 제거 작업을 하는 데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남북 군사 당국 간에 협의 중인 DMZ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DMZ 내 6·25전사자 공동유해발굴, 남북관리구역 확대 등의 협력사업을 진행하려면 이곳에 묻혀 있는 대인·대전차 지뢰를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협력사업의 대상지역이 서부·중부·동부전선 등으로 넓어서 과거 사용했던 마인 브레이커(Mine Breaker)와 같은 장비 여러 대를 투입해 작업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군은 지난 2002년 경의·동해선 연결 공사 때 독일제 지뢰제거 장비인 리노(Rhino)와 마인 브레커, 영국제 장비인 도리깨 방식의 MK-4 등을 투입했다. 이들 장비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기됐다.
그래서 군은 신형 지뢰제거 장비 구입 검토와 함께 드론 등 무인체계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 육군-ADD, 드론 폭탄 이용 제거방안 연구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드론을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고 탐지하는 무인지뢰제거체계 개발을 연구 중이다. 드론에 지뢰 금속탐지기와 GPS 장비, 폭탄을 탑재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드론이 DMZ 지뢰지대의 1m 상공을 날면서 장착된 금속탐지기로 묻혀 있는 지점을 찾아내면 GPS 장비로 해당 지점의 좌표를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한다. 이어 드론에 탑재한 '기화폭탄(FAE)'을 지뢰지대로 떨어뜨려 기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화폭탄은 산화에틸렌과 같은 가연성 물질을 지상에 투하해 한순간에 폭발시켜 그 충격파로 지뢰나 건물을 파괴하는 폭탄을 말한다.
디자이너 겸 사업가인 마수드 하사니가 개발한 '마인 카폰 드론(Mine Kafon Drone)'과 같은 원리이다. 이 드론은 기존 방식보다 20배 빠르게 지뢰를 탐지·제거할 수 있다.
이 드론은 지뢰지대 상공을 비행하면서 카메라를 이용해 3D 지도를 촬영하고, 금속탐지기에서 탐지된 장소를 GPS 장비를 통해 기록한다. 이어 지뢰가 묻혀 있는 곳에 폭발물을 설치하면 통제소에서 원격으로 터트려 지뢰를 제거한다.
육군은 마인 카폰 드론의 구매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이 개발한 지뢰제거 장비 '카펫(Carpet)'도 있다. 카펫은 드론이 아닌 철갑을 두른 전차에서 기화폭탄을 발사해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만약, 육군과 ADD가 개발을 서두른다면 우리나라는 드론체계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 MDL 남쪽 지뢰지대 제거하는 데 200년 걸려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MDL) 남측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측 및 남측지역의 지뢰지대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전방사단의 10여 개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이 지역의 지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적어도 200년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경의선 구간에 2개 공병대대를 투입해 85만㎡ 범위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14개월이 소요됐다. 동해선 구간은 1개 공병대대를 투입해 13만㎡ 범위의 지뢰를 걷어내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경의·동해선 구간에서 제거한 지뢰 및 폭발물은 5천여 발로 집계됐다.
당시 군은 두 구간의 지뢰제거를 위해 롤러 방식의 리노(28억 원), 마인 브레커(17억5천만 원), MK-4(8억5천만 원) 등의 장비를 국외에서 구매했다.


현재 이들 장비가 폐기되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추가 구매를 검토하고 2대가량의 내년도 예산 50억 원을 책정한 상황이다.
구매가 검토되는 외국 장비는 스위스의 GCS-100(중량 6t), 스위스와 독일이 개발한 마인울프(Minewolf·중량 8t), 크로아티아의 MV-4(중량 5.5t) 등이다.
현대로템에서 개발해 올해 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은 장애물개척전차도 조기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양산 비용 202억원이 반영됐다. 이 전차는 지뢰, 철조망 등 다양한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전차를 말한다.
군은 DMZ내 문화재 남북 공동발굴에도 지뢰제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은 DMZ에 있는 궁예도성을 비롯한 역사유적에 대한 남북 공동발굴 추진을 제안했다. 궁예도성은 외성 12.5㎞, 내성 7.7㎞, 궁성 1.8㎞의 도성으로, 흙과 돌을 섞은 '토석혼축' 방식으로 쌓았다. 태봉국 도성이라고도 부른다.
군 관계자는 "DMZ 평화지대화는 DMZ와 접경지역의 전반적인 경제·문화적 활용방안"이라며 " DMZ 평화지대화 사업 추진 때 대규모 지뢰제거 소요로 인해 육군의 지뢰제거 능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민간의 지뢰제거를 허용하는 '지뢰제거업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국회 국방위에서 국가 책무 및 시장성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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