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주 노형 번화가가 농촌?…"제주도의회 변칙 행정 조장"

입력 2018-09-09 09:00  

신제주 노형 번화가가 농촌?…"제주도의회 변칙 행정 조장"
제주도 농어촌지역 재조정 조례 개정안 2년 넘게 표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합리하게 지정된 제주의 농어촌지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기 위한 조례 개정안이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제11대 제주도의회가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만큼 지난 의회에서 바로잡지 못한 제주 현안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번화한 제주시 노형동과 연동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올해 7월 기준 제주시 노형동의 인구는 5만5천618명, 연동 4만3천183명으로, 제주 62개 법정동(洞) 전체인구(68만8천211명)의 14.4%를 차지하는 중심지다.
노형동·연동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누웨모루거리(전 바오젠거리)와 면세점, 호텔 등이 모여 있다. 관공서·병원·은행 등 중요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어 내국인 유동인구도 많다.
2016년 개별공시지가 상승률만 보더라도 제주시 동지역에서 노형동(43.6%)과 연동(39.3%)의 땅값은 가장 높은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노형동·연동을 '제주의 강남'이라 말하곤 한다. 제주시 아라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된 건 왜일까.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이듬해 2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특례로 39개 법정동과 5개 통을 '동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읍면지역에 한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의 농어업인에게 영유아 양육비·자녀학자금·건강보험료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줬지만, 동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의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해 문제가 제기됐다.

이러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동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역의 지정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동 또는 통 전체 지역주민 중 농어업인 수가 25%를 넘거나, 농지면적과 목장용지·임야면적이 전체 면적 중 공공용지를 제외한 면적의 50%를 넘으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
노형동과 연동은 2007년 당시 농어입인 수가 각각 전체의 7.1%, 6.0%에 불과한데도 농지면적 등이 전체의 71.4%, 63.4%를 차지하고 있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증가와 인구이동으로 인한 도시개발구역·택지개발지구 확대 등 주거지역 환경변화로 인해 동 지역의 공간구조와 정주여건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이들 동지역에 거주하는 비농업인들이 읍면으로 귀농·귀촌을 하더라도 이미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귀농·귀촌 창업 및 주택구매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원사업 시행지침을 보면 농어촌지역으로 전입 직전 도시 지역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이 돼야만 귀농·귀촌으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울 등 대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된 제주의 동지역으로 이주하면 귀농·귀촌으로 간주돼 해당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조례와 규칙에 농어촌지역 지정을 변경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사회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재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주시 용담2동, 용담3동, 화북1동 등은 2007년 농어촌지역 지정 당시 농지면적 비율이 50%를 넘었으나, 2014년에는 농지면적이 줄어들어 각각 28.8%, 33.4%, 49.9%로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의 2014년 기준 농어업인 비율 역시 7.6%, 6.9%, 5.9% 등으로 기준에 못 미쳐 농어촌지역 지정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2015년 수행한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촌지역 변경 지정 검토 용역 결과 보고서는 "인구증가와 도시확산에 따른 도시개발,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현실여건을 반영해 농어촌지역조정이 필요하다"며 "농어업인 등록자로 한정해 동 지역 농어업인을 지원하고, 농어촌지역의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농어업인에게 더욱 많은 지원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농어촌지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기 위해 2016년 8월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주특별자치도 동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역의 지정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제출했지만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해당 개정 조례안은 동 주거지역 중 도시개발사업지구·택지개발사업지구·혁신도시개발사업지구·공유수면매립지구를 농어촌지역 지정에서 제외하고, 환경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농어촌지역 지정 변경·해제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2016년 9월 해당 개정 조례안을 의결 보류한 채 현재까지 재심의하지 않고 있다.
당시 도의원들은 "조례안이 개정되면 현재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상당수가 제외돼 주민들이 그동안 받아온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동지역 농어업인을 위한 대책 마련과 지역구 주민의 반응을 살피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역주민들을 이러한 제주도의회의 행태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김모(60)씨는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도시, 농촌지역 지정의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것을 도의회가 안하무인격으로 가로막는 것은 도민의 공복임을 포기하는 동시에 변칙 행정을 조장하는 행위다"라고 비난하며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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