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쇠락하던 도시에서 관광명소로

입력 2018-10-08 08:01  

[연합이매진] 쇠락하던 도시에서 관광명소로
'세계 사우나의 수도' 템페레의 화려한 변신

(탐페레<핀란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세계 사우나의 수도'로 불리는 탐페레는 원래 쇠락하던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옛 공장용지에 박물관, 레스토랑, 상점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 핀란드 유일의 무민(Moomin) 캐릭터 박물관과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대성당도 드넓은 호수 경관을 자랑하는 탐페레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동력이 됐다.



◇ 북유럽서 가장 높은 내신네올라 전망대

이곳 호수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내신네올라(Nasinneula)와 퓌니키(Pyynikki) 전망대로 가야 한다.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내신네올라 전망대는 높이 168m의 건축물로 나시 호수와 도심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층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식사하며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좀 더 운치가 있는 곳은 도심 서쪽에 있는 퓌니키 전망대. 늘씬한 가문비나무가 숲을 이룬 공원 중앙에 높이 25m로 솟은 원통형 전망대에 오르면 남쪽으로 피하 호수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평온한 전원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 1층 카페에서는 탐페레의 명물인 도넛을 판매한다. 커피나 차와 함께 즐기는 도넛의 맛이 무척 달곰하다.
도심 서쪽 언덕에 있는 피스팔라(Pispala) 마을도 전망 명소다. 드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빨간색이나 갈색 지붕을 얹은 목조 주택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들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탐페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데, 주말이면 많은 시민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찾아든다.



◇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공장지대

북쪽 나시 호수의 물은 탐페레 도심을 관통하는 탐메르코스키(Tammerkoski) 강을 통해 남쪽의 피하 호수로 흘러든다. 나시 호수의 수면이 피하 호수보다 높기 때문이다. 19세기에는 이런 수면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섬유, 항공, 철도, 제지 등의 공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탐메르코스키 강을 건널 때나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당시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들과 하늘로 높이 솟은 굴뚝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산업화의 상징이던 공장건물들은 더는 가동하지 않는다. 대신 각종 문화시설과 박물관, 레스토랑, 펍이 들어선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탐페레 시내는 이렇듯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강 서쪽에 자리한 핀레이슨(Finlayson) 공장단지. 1900년대 북유럽 최대의 섬유회사 중 하나였던 핀레이슨은 이곳에 공장, 사택, 사립학교, 병원, 도서관, 교회 등을 갖춘 단지를 형성했다. 현재 이곳은 자유박물관, 증기기관박물관, 스파이박물관,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펍 등이 입점한 복합 단지로 변신해 있다.
핀레이슨 공장단지 맞은편의 옛 공장지대인 탐펠라(Tampella) 지구도 옛 중장비·섬유 공장이 문화·상업지구로 변모한 곳이다. 바프리키(Vapriikki) 박물관센터에는 핀란드 게임박물관, 핀란드 하키 명예의 전당, 미디어 박물관, 광물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우편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핀레이슨 공장단지 북쪽에는 영주의 마구간 건물을 기념품점과 카페로 변모시킨 탈리피하(Tallipiha) 마구간 부지가 있다. 부티크숍에서는 각종 장신구와 그림, 촛대, 벽걸이 장식품, 컵 등을 판매한다. 초콜릿 가게에서는 달콤한 핀란드 초콜릿과 과자 등을 살 수 있다. 인근에는 현재 식당이 들어선 핀레이슨 궁전이 있다.



◇ 일상 펼쳐지는 탐페레 마켓 홀

탐페레 시민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북유럽 최대의 실내 재래시장인 탐페레 마켓 홀(Kauppahalli)을 찾으면 된다. 1901년 영업을 시작한 유서 깊은 시장으로 탐페레에서 생산된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실내에 있어 날씨가 좋지 않아도 핀란드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시장에 들어서면 1917년부터 고기를 팔아온 정육점, 1940년에 문을 연 꽃집, 70년 역사의 육가공 식품점이 시장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다양한 버섯과 베리류, 소시지, 생선, 빵, 과일 등 우리와 다른 다양한 식재료와 먹거리를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상인들이 건네는 맛좋은 빵이나 소시지 조각, 싱싱한 연어를 시식할 수도 있다. 빛깔은 새까맣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인 핀란드 전통 순대도 볼 수 있다.
시장 한쪽에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과 카페가 마련돼 있다. 탐페레 시민들이 장을 본 후 가족,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색 프레스코화가 있는 대성당

탐페레에는 핀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손꼽히는 탐페레 대성당이 있다. 1907년 건축가 라르스 손크(Lars Sonck)가 지은 루터파 교회로 화강석을 쌓아 올리고 첨탑을 높이 세운 북유럽풍 건축물이다.
이 성당은 특히 내부에 프레스코화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건축 당시 30대의 청년 예술가였던 휴고 심베리(Hugo Simberg)와 마그누스 엔켈(Magnus Enckell)은 교회의 천장과 벽에 일반 성당이나 교회에서 볼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내부로 들어서면 돔 천장 중앙에 사과를 물고 있는 뱀을 천사의 날개가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12사도를 상징하는 벌거벗은 소년의 그림과 인류의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이란 제목의 그림도 볼 수 있다. 특히 '죽음의 정원', '상처 입은 천사'란 제목의 그림은 방문객을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알록달록한 빛깔의 그림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도 교회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안야 하카라이넨 관광가이드는 "핀란드인의 70%가 루터교 신자이지만 크리스마스 때를 제외하면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대신 성당에서는 다양한 음악콘서트가 자주 열린다"고 설명했다.



◇ 세계 유일의 무민 박물관

무민(Moomin)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이 만든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50개국 이상에서 TV 애니메이션, 영화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핀란드에서는 지금도 아침마다 TV에서 무민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고 어디서나 무민을 그려 넣은 옷과 가방, 컵, 기념품 등을 볼 수 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무민은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캐릭터상품과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탐페레에는 세계 유일의 무민 박물관이 있다. 얀손이 그린 원화를 비롯해 무민 관련 전시물 2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초기작과 얀손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고 소설 속 상황을 재현한 미니어처, 높이 2.5m로 정교하게 제작한 무민 하우스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첫 번째 작품인 '무민가족과 대홍수'부터 '11월의 무민계곡'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이해를 돕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방문객이 무민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직접 종이로 제작해 그림자 인형극을 해볼 수도 있다.
박물관 옆으로는 초록빛 잔디밭 가운데 아름다운 연못을 품고 있는 공원이 있다. 연못가 데크나 잔디밭,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과 핀란드인의 여유로운 일상을 보며 휴식하기 좋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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