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작가 칼리파 "여성해방과 정치 분리 안돼"(종합)

입력 2018-09-13 14:48  

팔레스타인 작가 칼리파 "여성해방과 정치 분리 안돼"(종합)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여성·민족해방 다룬 소설로 세계적 명성
특별상에 송경동 시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올해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수상한 팔레스타인 작가 사하르 칼리파(77)는 13일 내한해 "여성 문제에 관한 인식과 사회정치적 문제에 관한 인식은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칼리파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기자회견에서 "서구 여성 작가들은 두 문제를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나와 같은 제3세계 여성 작가에게는 이것이 분리되지 않는다. 아랍권에서 두 문제는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아랍 전통에 따라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13년간의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청산한 뒤 여성운동과 소설 쓰기에 헌신했다. 미국에서 여성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여성 문제와 조국의 민족해방투쟁을 다룬 소설들을 써왔다. 또 나블루스에서 여성문제연구소를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리들은 더 이상 너희들의 노예가 아니다'(1974), '실재하지 않는 여인의 고백'(1986), '가시 선인장'(1976), '해바라기'(1980) 등이 대표작이다.
2006년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으로 아랍문학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깁 마흐푸즈 문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알베르토 모라비아 이탈리아 번역 문학상과 모로코의 모하메트 자프자프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또 그의 많은 작품이 영어, 히브리어, 이태리어, 불어, 독어, 네덜란드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간됐다.
그는 "여성운동을 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양쪽(보수-진보)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모두를 해방시켜줄 거라며 왜 이런(여성해방) 얘기를 하느냐고 나를 비난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여성으로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뿐이다. 이후 그들은 서서히 권력을 쥐지 못할 것을 깨닫고 나서야 여성과 소외계층이 없다면 권력을 쥘 수 없단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한 여성이 내게 한국에도 (성)평등이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고 하더라. 비단 아랍권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적 문제를 소설로 쓰는 이유로 "지난 50년 동안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점령하에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 이민자와 난민이 발생하고 가족, 친구, 친지와 강제로 이별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현실이 내게는 피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정치적으로 압력받고 있다. 작가라면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상이 분단된 나라의 통일에 관한 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도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돼 있어 나의 역사적 경험과 여러분의 경험이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문학상의 의미를 알고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 상을 통해 양쪽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은 2년 전 타계한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서울 은평구청이 주도해 제정했다. 이호철이 거둔 문학적 성취를 한반도 및 동아시아와 전 지구적 지평에서 심화·확산시킨다는 목적으로 세계적 작가를 대상으로 수여한다. 국내 작가에게 주는 특별상도 있다. 상금은 각각 5천만원, 2천만원.



올해 특별상은 송경동(51) 시인이 받았다. 시인은 2002년 '실천문학'과 '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199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간 구로공단에서 '구로노동자문학회', '진보생활문예지 삶이보이는창' 등을 중심으로 노동운동, 문화운동, 사회운동을 함께 해왔다.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옥중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냈다.
시인은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했으며 평택미군기지이전확장반대, 기륭전자비정규직투쟁, 용산철거민참사진상규명, 세월호진상규명,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행사에 참여하느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은 14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사하르 칼리파의 삶과 문학'을 주제로 한 수상작가 참석 심포지엄도 15일 오후 3시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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