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조승우 "지성은 공격수 손흥민, 저는 길잡이 박지성"

입력 2018-09-13 12:32  

'명당' 조승우 "지성은 공격수 손흥민, 저는 길잡이 박지성"
"종영 드라마 '라이프' 의미 있는 작품…아쉬움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축구로 치면 흥선역을 맡은 지성 형은 최전방 공격수인 손흥민이고, 저는 공수를 왔다 갔다 하는 박지성 같은 역할이죠."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명당'의 조승우(38)는 축구로 자신의 역할을 빗댔다.
그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명당'에서 천재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왕을 배출할 명당 묏자리를 놓고 세도가인 장동 김씨 가문과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대립하는 가운데, 그 사이에서 중심축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길잡이 역할입니다. 뭔가를 차지하려 대립하는 두 부류 속에서 티 없이 깨끗하고 순수하게 남아있는 인물이죠. 어찌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딱히 보여줄 것이 없는 역할이지만 해보고 싶었습니다."
흥선 역의 지성이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지만, 조승우는 차분하면서도 특유의 힘을 뺀 연기를 선보인다.
"아마 제가 흥선 역을 맡았다면 지성 형처럼 그렇게 다채롭게 표현하지 못했을 거예요. 찍다가 지쳤을 것 같습니다. 또 스포츠에 비유하게 되는데, 제 역할은 야구로 치자면 포수예요. 눈에 띄지 않지만 사실은 각종 사인을 주고받는 등 정말로 많은 일을 하죠."


지성과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함께 연기했지만, 이전부터 친분이 있다.
"드라마 '신의 선물' 촬영 당시 (이)보영 누나와 지성 형이 영상통화를 할 때 저도 껴서 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동네에서 같이 맥주도 마셨죠. 지성 형이 애처가인데, 보영 누나가 제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직접 예매해서 함께 보러오셨죠."
조승우는 지성에 대해 "연기할 때는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게으른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고 떠올렸다.
조승우는 유재명과는 드라마 '비밀의 숲'(2017) , '라이프'(2018)에 이어 '명당'에서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대본 없어도 30분짜리 즉흥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명이 형과는 합이 착착 잘 맞는다"면서 "지성 형은 촬영장에서 아빠나 어미 새 같은 느낌이라면, 재명이 형은 친형 같다"며 웃었다.


조승우는 최근 몇 년간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작품마다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조승우는 그중에서도 '비밀의 숲'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그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 등을 2년에 걸쳐 공연하면서 심신이 지쳐있을 때 만난 작품이다. 그는 "한동안 심장이 뛰고 가슴 설레는 작품을 만난 적이 없는데, '비밀의 숲'은 달랐다"고 했다.
"무대 위 연기는 조금 더 과장되고, 감정을 드라마보다 더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제가 너무 과하게 소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비밀의 숲'은 감정을 내비치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승우는 "제가 출연한 작품이 시즌 5, 6까지 만들어져서 미국 드라마처럼 해외에서 리메이크되는 것이 소망"이라며 "'비밀의 숲'은 해외 10개국에 수출됐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의미가 있고, 시도도 좋은 작품이어서 후회는 없다"면서 "다만 시청자들이 느낀 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고, 이를 통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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