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식민지 박물관' 건립 놓고 '역사 미화' 논란

입력 2018-09-17 13:54  

포르투갈 '식민지 박물관' 건립 놓고 '역사 미화'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15∼16세기 식민지 개척시대의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리스본 시장의 구상이 '역사 미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노예제를 미화할 것이라는 반대론에 부닥치면서다.



발단은 페르난도 메디나 리스본 시장이 작년 시장선거에서 내놓은 공약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재선을 노렸던 메디나 시장의 25개 공약 중에는 리스본에 '대항해 박물관'(Museum of the Discoveries)을 건립하는 공약이 있었다.
1419년 서아프리카 해안 탐험으로 시작된 '대항해 시대(Age of the Discoveries)'는 포르투갈 원정대가 월등한 장비와 항해 기술을 앞세워 아프리카와 남미로 식민지를 확장했던 시기였다.
포르투갈의 전성기이자, 국민 자부심의 바탕이 되고 있는 시대다.
메디나 시장은 이 박물관이 식민지 시대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다루면서, 동시에 '노예제도와 관련한 분야까지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100명이 넘는 국내외 학자들은 "비뚤어진 의미가 담긴 구시대적이고 그릇된 발상"이라는 요지의 공개 서한을 내고 본격적인 반대에 나섰다.
공개 서한에 참여한 리스본 대학교 호아킨 카타르 모레이라 연구원은 "이 박물관은 포르투갈의 노예 문제, 대량 학살과 범죄를 미화하고, 식민지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할 뿐"이라며 박물관 건립 예산으로 노예제의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자고 주장했다.
반면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우리가 콤플렉스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포르투갈이 그 시기 의문의 여지없이 최대의 공헌을 세계에 함으로써 한 시대를성취했다는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박물관 건립을 옹호했다.
푸블리코의 편집장 마누엘 카르발류는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면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하며 "하지만 사회가 하루 아침에 바뀌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은 식민지 시대에 대서양 노예무역의 선두주자로, 1천250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 중 절반을 이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일부에서는 원주민과 융화돼 살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훌륭한 식민주의자'라고 주장해왔다.
박물관의 건립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런 역사 미화 논쟁은 당분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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