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결산]'핵무기 없는 한반도' 약속, 북미 교착 뚫는다

입력 2018-09-20 15:59   수정 2018-09-20 17:09

[평양회담결산]'핵무기 없는 한반도' 약속, 북미 교착 뚫는다
美도 긍정 평가 속 북미외교장관 회담·오스트리아 빈 담판 예정
북미대화 본궤도 오르면 中·日·러도 北과 관계진전 속도 낼 듯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5월 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평양시민 15만 명에게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같은 날 남북 정상이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북한이 취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도 명시했다.
선언에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며 "북측은 미국이 6·12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꼬이고 북미관계도 교착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비핵화 실천 조치만이 정세 전환의 유일한 출로라는데 남북 정상의 이해가 일치해 합의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핵 목록 신고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자고 맞서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풀영상] 남북정상회담 서명식부터 공동기자회견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북한은 평양공동선언에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명시함으로써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 수용 의지를 밝혔고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담아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어갈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의 요구에 일정 수준 부응한 셈이다.
북한은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특사단의 방북 때 '2021년 1월'을 비핵화 달성 목표 시기로 거론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북한은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비핵화 행동조치 카드를 던져 협상을 촉진하고 이를 토대로 종전선언을 비롯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이도훈 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교착 상태에 있었는데 이번에 비핵화 관련 진전이 있어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여건은 매우 좋아졌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단 미국 측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북미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리용호 외무상과 북미외교장관회담뿐 아니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기 위해 북한 대표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된 이후 20여일만에 다시 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한 셈이다.
북미 양측의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맞물려 종전선언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며 북한의 파격적인 조치가 제의되면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실장은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핵무기·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명시된 것 외에도 미국이 매력을 느낄만한 카드가 더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해체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한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면 2021년 1월이라는 목표시한에 맞춰 비핵화와 양국 간 관계개선 및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일정표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간에 협상이 재개되고 비핵화 문제에서 속도를 내면 지난 6월에 이어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달 10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고 "우리는 이에 열려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북미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도 적극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면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온 일본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나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북일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6자회담 참가국 중 유일하게 북한과 대화창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납치문제라는 현안이 존재하는 데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북한과 대화를 서두를 수 있다.
중국은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반색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외교부 청사에 열린 산둥(山東)성 홍보행사에 참석해 "어제 산둥반도 건너편 한반도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서명했다"고 말하고 "이는 한반도 전체 국민의 복이며 중국을 포함한 각국 인민의 바람"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열렬히 축하하며 확고히 지지한다"고 반겼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도 평양공동선언을 반기고 있어 보인다.
러시아는 낙후한 극동개발을 위해서라도 가스관, 철도, 전력 연결사업 등과 관련해 남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이 많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결국 관건은 북미 간의 협상인데 이번에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푼 만큼 북미회담이 본궤도에 오르면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며 "이 속에서 고비마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각국 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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