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감독 "긴장감 유지하려 최소 남기고 편집"

입력 2018-09-23 09:00  

'협상' 감독 "긴장감 유지하려 최소 남기고 편집"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애써 촬영한 장면들을 다 덜어내려니까 피눈물이 날 것 같았죠."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협상'은 이종석(46) 감독 첫 작품이다. 남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그는 20대 때 미국 UC버클리 영화학과에서 공부한 뒤 할리우드 뉴라인시네마 등지에서 일하다 1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에 조감독으로 합류했고,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한국 촬영 때도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그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협상'은 제목 그대로 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인질로 잡은 인질범 민태구(현빈)와 경찰 소속 협상가 하채윤(손예진)간 피 말리는 협상을 그린다. '흥행술사'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 20번째 작품이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종석 감독은 "남들보다 늦게 데뷔한 만큼 뻔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 협상가가 등장하는 영화는 많은 본 것 같은데,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의외로 별로 없다.
▲ 그렇다. 협상을 소재로 하려면 어떤 감독이든 똑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저 역시 그 부분이 가장 고민됐다. 원작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반전을 주고, 포인트를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협상가들도 직접 만났고, 관련 책도 많이 찾아봤다.
-- 실시간 이원 촬영방식으로 찍었다고 했는데.
▲ '국제시장' 속 이산가족 상봉 장면 촬영 때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이원중계 촬영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우들이 상대방 연기를 직접 보면서 이야기하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다. 실제 촬영장은 1층에 현빈씨 세트, 3층에 손예진씨 세트가 있었고, 저는 2층에서 연출했다. 배우마다 카메라 3대씩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표정이나 느낌을 잡았다. 현빈씨와 손예진씨 모습을 동시 촬영했지만, 컷을 고르고 편집을 하는 데는 각각 찍은 것만큼 오래 걸렸다.


-- 최근 개봉한 영화 '서치'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 '서치'를 얼마 전에 봤다. '서치'에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뉴스 화면, CCTV 등 많은 매체가 등장한다. 장소도 바뀌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화면 안에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반면, '협상'은 장소가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화면을 매번 조금씩 다르게 했다.
-- 극 중 하채윤(손예진)은 냉철한 협상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 제가 실제 협상가를 만나고 조사해 보니 협상가들은 감정이 오히려 풍부하다. 인질범들과 동질감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내는 등 감정적으로 동조하고 '나는 네 편이야'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협상가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중 하나가 "진정해"라고 들었다. 하채윤도 인질범 본의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질범 민태구는 악역이지만 악인은 아닌 것 가다.
▲ 애초 민태구가 완전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길 바랐다. 관객이 민태구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했다. 현빈을 민태구 역으로 캐스팅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사람의 본심이 다가갔으면 했다. 인생은 결국 타인의 본심,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범죄 오락영화지만, 상대방 진심이 무엇일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 영화의 속도감이 빠르다.
▲ 사실 이 작품은 '다이어트'를 많이 했다. 맨 처음 편집본은 2시간 40분이었다. 앞부분 태국 장면도 더 길었고, 각 인물의 공간을 설명해주는 컷도 많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부분만 편집했다. 최소한 부분만 남기고 거의 다 덜어냈다. 처음 영화를 하다 보니 기껏 찍은 장면을 덜어내자니 피눈물이 날 것 같더라.


-- 극 중 주요 무대인 각 인물의 공간이 중요했을 것 같다.
▲ 가장 먼저 색을 떠올렸다. 민태구는 인질범이지만 따뜻하게 보였으면 해 레드톤으로 정했다. 하채윤은 옳은 일을 하면서 차가운 느낌을 주기 위해 블루톤, VIP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돈으로 처바른 느낌'이 들도록 만들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일했는데, 한국 영화 제작 현장과 차이점은.
▲ 할리우드는 기본적으로 자기 일이 명확하다. 자기 일을 잘하는 것이 곧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타임 스케줄도 명확하다. 시간이 돈인 만큼, 프로덕션 회의 때 각각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하게 계산한 뒤 촬영을 시작한다. 조감독은 스톱워치를 들고 다닌다. 그런 각박함이 싫어서 한국에 왔는데, '국제시장' 조감독을 할 때는 그런 시스템을 한번 적용해봤다. 그런데 막상 감독이 되고 보니 생각한 대로 잘 안 되더라. 하지만 한국영화도 결국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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