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미투' 촉발?…트럼프, 대법관후보 의혹 일축에 SNS '들썩'

입력 2018-09-23 13:15  

'제2 미투' 촉발?…트럼프, 대법관후보 의혹 일축에 SNS '들썩'
'왜 나는 신고 안 했나' 해시태그 반발…3일만에 2억여원 모금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과거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제기한 여성 피해자를 공격하면서 '제2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피해를 자처한 크리스틴 포드 미 팰로앨토대 교수를 겨냥해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박사에 대한 폭력이 그의 주장처럼 심각했다면 본인이나 부모가 법집행 당국에 즉각 고소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성폭행 미수 주장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공화당원을 포함한 여성 수천 명이 인터넷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들은 '왜 나는 신고하지 않았나'(#WhyIDidntReport)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성폭력 피해를 곧바로 알릴 수 없었던 사연을 공유하고 있다.
미시간 주지사에 도전한 그레천 휘트머(민주) 후보는 이 해시태그를 사용한 트위터 글을 통해 "18살이었고 두려웠으니까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누군가의 폭력적인 범죄 행위에 의해 규정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법학전공 학생이라고 밝힌 앤디 호이트는 "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으려고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생각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나를 다르게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냥 그 일이 지나가기를 바랐고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또 포드 교수의 여고 동문 1천200여 명은 그를 지지하는 공개편지에 서명했고, 살해 위협을 당하는 포드 교수의 경호 비용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모금 행사도 시작됐다.
모금행사에는 사흘 만에 20만 달러(약 2억2천만 원)가 모이는 등 지원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계의 이런 움직임은 캐버노 지명자가 낙태와 피임 문제에 관해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반대한 '여성들의 행진'(The Women's March) 시위 주최 측과 다른 여성단체들은 이번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항의 시위를 조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피해자의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지난해 미투 운동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분노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AFP는 분석했다.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77%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미국 성폭행·학대·근친상간 전국네트워크(RAINN) 조사에서도 2005∼2010년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20%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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