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병풍의 나라"…뒤로 물러난 병풍, 전면에 서다

입력 2018-10-09 06:00  

"조선은 병풍의 나라"…뒤로 물러난 병풍, 전면에 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근대 병풍 76점 선보이는 기획전
조선 마지막 연회 그린 고종임인진연도부터 춘향전 병풍까지 다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최근 막 내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무대 중 하나는 대한제국 황궁, 경운궁(慶運宮·덕수궁)이었다. 고종(이승준 분)은 이곳에서 나라 앞날을 근심하고, 일본에 맞설 방도를 고민했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 걸린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또한 이 시기 경운궁을 비춘다. 1902년 11월 덕수궁에서 조선의 마지막 궁중연향을 담은 병풍이다. 임금의 망육순(51세)과 즉위 40년을 축하하는 연회가 오른쪽부터 시간순대로 펼쳐진다.
가장 오른쪽 병풍 무대는 그해 완공된 중화전이다. 1904년 불탔다가 단층으로 중건된 중화전 원형을 알 수 있다. 서양식 제복을 입은 채 도열한 신식 군대와 한쪽에서 나부끼는 태극기 모습은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 다음 병풍에 고종과 황태자 자리만 그려진 것은, 7년 전 시해된 명성황후의 부재를 암시한다.
총 길이 4m 병풍에는 '미스터 션샤인' 못지않게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는 '조선, 병풍의 나라'는 이처럼 "사회상을 널리 담는 그릇"(현문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2팀장)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병풍을 한데 모은 전시다.
현 팀장은 5일 간담회에서 "우리가 천 년 이상 병풍을 사용했는데 정작 병풍을 제대로 소개하는 전시가 거의 없었다"라면서 "고미술 회화전 자리 하나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병풍만을 이번에 한데 모았다"고 설명했다.



자체 소장품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호림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민속박물관 등 10여개 기관과 개인에게서 대여한 병풍까지 총 76점이 나왔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이로 추정되는 '해상군선도10폭병풍' 주인공은 서왕모가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여덟 신선이다. 그림 자체뿐 아니라, 얽힌 이야기도 풍부하다.
고종이 1908년 독일로 돌아간 기업인 칼 안드레아스 볼터에게 하사한 '해상군선도10폭병풍'은 자식에서 자식으로 전해지다, 2013년 국내로 돌아왔다. 경매에서 작품을 사들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16개월에 걸친 전면적인 보존처리를 거쳐 말끔한 상태로 작품을 내놓았다.
현재 한반도 상황과 맞물려 더 돋보이는 '금강산도10폭 병풍', 헌종이 1844년 계비를 맞아들인 일을 경축하는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보물 제733-2호), 중국 '청명상하도'를 본뜬 '태평성시도8폭 병풍' 등 귀한 병풍들이 이어진다.
19세기 평양성 일대 풍경과 평안감사 행렬을 담은 '기성도8폭병풍' 또한 사료로서 가치가 뛰어난 작품이다.



완성도는 그보다 못해도, 작품을 뜯어보는 재미가 넘치는 작품도 여럿이다.
특히 고전소설 춘향전을 이야기 순서대로 그린 '춘향전도8폭병풍' 앞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네 뛰는 춘향에게 방자를 보낸 뒤 분위기를 슬쩍 살피는 이몽룡을 담은 1폭부터 춘향과 이몽룡이 모든 역경을 딛고 한양으로 떠나는 모습을 그린 8폭까지 인물 표정과 움직임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전시에서는 제사나 차례 가림막 정도로만 생각한, 항상 배경으로만 존재한 병풍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출품작들이 조선 후기와 근대에 집중된 것은 이때부터 병풍이 빈번히 사용됐기 때문이다.
편지혜 큐레이터는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한 국가라 의례 등 각종 행사에 병풍을 시각적 매체로 많이 사용했다"라면서 "특히 영조 시대부터 병풍이 활발하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이 개발한 전시가이드 애플리케이션 'APMA 가이드'를 활용하면 더 용이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성인 관람료는 1만2천 원이다. 문의 ☎ 02-6040-2345.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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