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격화 속 中 기술강국 이스라엘에 급속 접근

입력 2018-10-11 15:22  

미·중 대립 격화 속 中 기술강국 이스라엘에 급속 접근
中 '첨단기술 흡수' 눈독, 이스라엘은 '거대 시장' 매력
미·중 대립은 '미래의 기술패권' 싸움…'제재로 中 기술발전 가속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기술강국 이스라엘의 기술흡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대립격화에 따른 경제제재로 첨단기술 매매시장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중국이 '중동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양국 관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13년 봄 6년만에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회담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관계개선을 베이징(北京)에서 뒷받침한 인물이 중국에서 "마등(馬騰)장군"으로 불리는 마탄 빌나이(Matan Vilnai) 전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다. 2012년부터 4년여 중국 대사를 지낸 그는 이스라엘군 소장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 민방위상을 역임한 거물 대사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원국 신청 마감이 임박하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결단을 압박한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간지럽게 했다. 그는 중국과의 급속한 접근과 관련한 질문에 "외교의 기초는 인적 교류"라고 지적했다. 10년간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해 중국인 관광객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 5년간 5배로 급증했다. 텔아비브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홍콩 등 5개 도시간에는 직항편이 뜨고 있다. 중국 최대의 통신판매 업체인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도 중동 지역 첫 서비스를 이스라엘에서 시작했다.
중국은 기술과 이노베이션(혁신)을, 이스라엘은 거대 시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상호 보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 무역상대국이다.
양국은 2014년 '이노베이션협력위원회'를 설치, 매년 상호방문하며 교류하고 있다. 올해는 시진핑 외교의 책임자 격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등이 곧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도 동행한다. 5월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사이버 안보와 인공지능(AI) 개발능력을 격찬한 지 5월여만의 재방문이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750만명 정도다. 상하이의 절반도 안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동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AI를 비롯, 혁신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군사기술의 민간이전과 창업지원을 산업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기술과 인재를 구하가 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함께 알리바바, 바이두(百度), 레노보, 하이얼 등 중국 기업이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이 정부 기관과 정부 기관 거래처의 이용을 금지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華爲)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 ZTE(중싱<中興>통신)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를 구할 수 없게 돼 경영위기에 빠지자 올들어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접촉을 늘리고 있다. 중국계 창업지원(인큐베이터) 자본이 진출해 AI와 태양광 등에 관련된 20여개사를 지원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에 대한 출자를 포함해 장래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나노태크칩 개발로 유명한 명문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은 작년 가을 광둥(廣東)성 샨투(汕頭)대학과 공동으로 '광둥이스라엘 이공대학'을 개설했다. 홍콩 대부호인 리자오싱(李肇星)이 후원했다. 이스라엘 투자에서 번 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대신 중국 대륙에 대학을 개설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지중해 쪽 항만도시 하이파에 있는 본교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200명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 5명 중 한 명 꼴이다.
중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마찰은 미래의 기술패권을 둘러싼 충돌이다. 중국발 기술이나 사용방법이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세계표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을 강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특성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미국의 군사원조를 받아 왔다. 후견인으로 간주되는 미국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이는 미국과 '기술밀월'관계를 맺는 게 가능할까.
빌나이 '장군'은 개의치 않는다. "이스라엘 국가 존망의 기초는 미국에 있다. 중국과는 주의 깊게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군과의 거래에서 미국을 격노하게 한 적이 있어 군사·방위, 혹은 군민이 같이 쓸 수 있는 기술이 관련된 거래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유엔에서는 항상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아랍편에 선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원천기술과 기술을 판매할 상대를 찾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외교관으로 상하이에 주재했고 이후 텔아비브에서 양국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자문역을 하면서 중국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이란 마올씨는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국가와 개인의 존망을 걸고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로 독자적인 기술의 중요성을 사무치도록 절감한 중국은 기술개발에 전력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제재는 (중국의) 기술향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자력갱생' 같은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장기전을 의식한 발언이다. 아사히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의 충동이 세계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스라엘에 일고 있는 파도는 중국의 초조감과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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