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 "모두가 만들어낸 희망이 '창궐'의 본질"

입력 2018-10-23 13:07  

김성훈 감독 "모두가 만들어낸 희망이 '창궐'의 본질"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처음엔 바로 청나라로 돌아가려던 이청을 멈춰 세운 것은 목숨을 걸고 제물포를 지키던 사람들이었어요. 이들 덕분에 이청은 하얀 도포가 피와 땀과 흙으로 범벅되도록 야귀(夜鬼)를 처리하는 히어로로 거듭나죠. 모두의 의식 있는 행동이 만들어낸 히어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다룬 영화 '공조'를 선보인 김성훈 감독이 약 1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창궐'로 돌아왔다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사극에 좀비물을 결합한 '창궐'은 소재 자체가 신선한 데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장동건과 현빈이 투톱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영화 팬의 기대를 받고 있다.
23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훈 감독은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사극과 좀비를 결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말했다.
"2년 반쯤 전 회의 중 나온 이야기였어요. 처음에는 '아, 사극과 좀비를 같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차근차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고, 궁에 좀비가 창궐하고 좀비가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이야기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좀비 영화는 2016년 개봉해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부산행'과의 비교를 피하기 어렵다. 김 감독도 '부산행'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산행'은 정말 잘 만든 영화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야기에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너무 의식했다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색깔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좀비물 자체가 오래된 장르고 수없이 재생산된 만큼 우리에게 어울리는 영화로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했어요."
김 감독은 자세히 보면 '부산행'과 '창궐'은 이야기의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산행'은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자의 이야기라면 '창궐'은 좀비가 바깥세상으로 퍼지지 않도록 궁 안에 가두고 없애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창궐'은 어찌 보면 재난 영화의 포맷이에요. 좀비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이 해야 할 행동 양식도 다르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갈등 구조도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영화는 크게 조선의 둘째 왕자 이청(현빈 분)이 제물포에서 조선판 좀비인 야귀의 습격을 받는 장면과 환궁한 뒤 겪게 되는 권력 암투, 궁을 배경으로 야귀의 물량 공세를 막아내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후반부 이청과 야귀의 대결장면은 화려하고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며 대작 영화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다만, 초반 제물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본격적인 장르 영화를 기대한다면 초반부가 늘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물포에서 벌어진 일은 영화에 꼭 담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물포를 지키는 사람들 덕분에 이청은 히어로로 변해갑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개인적으로 요즘 사회에 너무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하늘에서 내려온 히어로가 전해주는 희망이 아니라 모두가 만들어낸 희망. 오락영화에서 거창하고 대단한 주제는 아니지만 제가 같이 공유하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창궐은' 조선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지난 정권 말 촛불 정국을 연상케 하는 화면과 대사가 꽤 자주 등장한다.
무능하고 의심 많은 왕 '이조'(김의성 분)는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라고 한탄하고, 이청은 그런 왕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천하의 죄"라고 읊조린다. 또 수많은 횃불이 궁궐을 감싸는 엔딩 장면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김 감독은 "그런 대사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일종의 관용어구가 된 느낌이라서 가벼운 의미로 사용했는데, 언론 시사에서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라는 대사를 통해서 저 왕에게 더 기대할 게 없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왕권을 지키는 데만 집착하는 왕을 표현하기에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넣은 대사입니다. 큰 의미를 두지 말고 한번 웃고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해요."



주인공 이청에 맞서는 병조판서 김자준 역은 조각 미남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장동건이 맡았다. 김 감독은 장동건이 악역에 정말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김자준은 불합리한 나라를 바꿔보려는 순수하고 정직한 동기를 지닌 악역이에요. 선한 눈빛으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대의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총으로 사람을 쏠 수 있는 인물이죠. 저는 소의 눈을 가진 배우를 찾았어요. 소의 눈은 순박하면서도 고집스러움이 감돌거든요. 장동건 선배가 소의 눈을 가진 배우죠."
'창궐'은 17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 투입된 작품인 만큼 주위의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극장가를 찾는 발길이 뜸해진 것이 김 감독에게는 걱정거리라고.
"큰 예산이 들어갔고 많은 사람이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은 영화인만큼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극장가에선 가을이 비수기인데 '창궐'이 힘을 내주면 산업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부디 극장에 오셔서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시원한 액션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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