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 내일 선고…일본판결 위헌여부 쟁점

입력 2018-10-29 06:00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 내일 선고…일본판결 위헌여부 쟁점
1·2심 "한국 풍속에 비춰 허용"…상고심 "헌법 핵심가치와 정면충돌"
개인청구권 소멸여부도 쟁점…"청구권협정으로 소멸" vs "영향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30일 선고되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상고심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전제에서 내려진 일본법원의 판결이 우리 헌법에 어긋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재상고심 판결에 따라 한·일 외교관계에 상당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재상고심이 일본기업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의 강경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 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여운택(95)씨와 신천수(92)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 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2005년 여씨 등이 서울중앙지법에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내면서, 우리법원은 일본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해야 했다.
1·2심 재판부는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 일본제철이 승계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회사경리응급조치법' 등을 적용한 일본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비춰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적법하게 제정된 일본법을 근거로 '신 일본제철이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한 일본법원의 판단은 우리 법원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이인복·김능환·안대희·박병대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1부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일본법원이 일본법인 회사경리응급조치법을 근거로 원고패소 판결하기 위해 내세운 각종 전제적 판단들이 우리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폈다.
여씨 등을 일본인으로 보고 재판에 적용될 준거법으로 외국적 요소를 고려한 국제사법이 아니라 일본법을 적용한 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하에 일제의 총동원령과 국민징용령을 유효하다고 평가한 점이 판단 대상이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일본판결의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된 판결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재상고심에서도 '우리법원이 일본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여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당시 일본이 제공한 자금(무상 3억달러·차관 2억달러)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이 포함됐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1·2심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이미 배상금이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구권협정만으로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고, 가해자인 일본기업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은 또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고의로 재판을 5년 동안 지연하고 소송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포착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외교부로부터 해외로 파견할 법관 자리를 더 얻어내겠다는 의도를 지닌 채 외교적 마찰 소지가 있는 강제징용 재판 결론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을 미룰 방안으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과정에서 이 같은 재판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추가 포착됐다. 검찰은 징용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인 2013년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청와대를 찾아가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에게 소송의 향후 방향을 설명하고 법관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부탁한 단서를 확보했다. 2016년 9월에는 외교부를 찾아가 정부 의견서 제출 등 절차를 논의했다.
검찰은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2013∼2014년 차례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 불려가 징용소송을 논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종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오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도 선고한다.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해 무죄를 선고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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