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은선, '조각 성지' 伊피에트라산타서 최고조각상 수상

입력 2018-10-28 19:58  

조각가 박은선, '조각 성지' 伊피에트라산타서 최고조각상 수상
한국인 최초 '프라텔리 로셀리'상…보테로·미토라이 등 거장과 어깨 나란히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재이(在伊) 조각가 박은선(53)이 '조각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도시 피에트라산타 시가 주는 최고 조각상을 받았다.
토스카나 주의 티레니아 해에 면한 피에트라산타 시는 도시의 명성을 빛낸 조각가에게 부여하는 '프라텔리 로셀리' 상의 제28회 수상자로 박은선 씨를 선정해 28일 시상했다.
알베르토 스테파노 조반네티 시장은 이날 시내 중심가 산타고스티노 교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제 이곳 시민이나 다름없는 박은선 조각가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으며 피에트라산타의 문화 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도시의 예술적 역동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5년째 이곳에 거주한 박 조각가는 이로써 1991년 제1회 상을 탄 페르난도 보테로, 2회 수상자인 폴란드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 등 세계적 조각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양인으로는 1995년 야스다 칸 등 일본인 조각가 2명에 이어 3번째다.
박은선 작가는 이날 시상식에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언젠가는 이 상을 타면 좋겠다는 소망을 막연히 품었는데, 꿈이 현실이 됐다"며 "25년 동안 차가운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작업이었는데, 큰 상까지 받게 돼 뜻깊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더 좋은 작품을 선보여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며 "피에트라산타를 위해 더 기여할 방법을 찾아보고, 한국과 이탈리아의 조각 교류를 위해서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조소과,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원 졸업 후 25년 전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한 박 조각가는 피에트라산타에서 나는 대리석과 화강석을 이용해 동양적인 곡선과 조형미가 살아있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일구며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최근 부쩍 이름이 높아졌다.
2016년 7월 현대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르네상스의 본산 피렌체를 대표하는 공간에서 작품 14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피렌체 시의 초청으로 선보인 것을 비롯해 2010년대 들어 로마, 파도바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와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미국, 파나마, 콜롬비아 등 유럽과 미주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굵직한 전시를 잇따라 열어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작년 8월에 피에트라산타의 심장부인 산타고스티노 교회와 이 교회의 앞마당 격인 두오모 광장 도시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도시 인구보다 더 많은 3만 명이 넘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끈 것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프라텔리 로셀리' 상을 타게 된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올해 6월에는 서울에서 9년 만에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는 등 한국 내 활동에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피사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피에트라산타는 세계 최고 품질의 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카라라에 인접하고 풍광이 수려해 일찍부터 조각의 도시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술가 미켈란젤로가 거쳐 간 이래 현대 조각의 선구자로 꼽히는 헨리 무어, '부풀려진 인물' 등 풍만한 양감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페르난도 보테로 등 세계 조각계의 거장이 이곳을 작품 활동의 터전으로 삼았다.
논쟁을 몰고 다니는 현대 미술계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도 최근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 구석구석을 거장이 조각 작품이 장식하고, 시내 곳곳에는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많아 해마다 도시의 인구(약 2만5천명)보다 많은 관광객과 예술 애호가가 조각 작품을 감상하려고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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