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살 영유아까지…' 제주4·3 희생자 추정 유해 4구 수습

입력 2018-10-30 14:57   수정 2018-10-30 16:08

'두세 살 영유아까지…' 제주4·3 희생자 추정 유해 4구 수습
증언 토대로 한 도두동 발굴서 확인, 옮겨져 2차 암매장 추정
제주공항 내에서는 유해 확인 안돼…유족들 "아쉽고 안타까워"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공항 쪽에서 온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창호지에 곱게 싼 무언가 10여개를 묻었다. 딱 봐도 유골을 묻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973년쯤 공항을 밀어제칠 때다." (4·3 연구소 보고서 강모씨 증언)
이런 증언을 토대로 제주공항 인근에서 진행한 발굴에서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확인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제주국제공항에서 100m 떨어진 제주시 도두동 4·3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원혼을 달래는 제례를 지내고 현장설명회를 한 뒤 유해를 수습했다.
발굴된 유해는 성인 유해 2구, 10대 초반 아이 유해 1구, 두세 살 추정 영유아 유해 1구 등 총 4구다.
평화재단이 현장을 찾아 확인해보니 추정지에는 수풀이 우거져 현장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굴착기를 동원해 주변을 정리한 결과 증언과 일치하는 지형이 있었고, 발굴작업을 통해 유해를 확인했다.
발굴을 진행한 제주고고학연구소는 유해별 뼈들의 위치가 뒤섞여있거나 일부분만 확인되는 점 등으로 보아 이 유해들이 증언 내용처럼 2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해들은 상태가 모두 달랐다.
성인 유해 중 여성으로 보이는 1구는 두개골과 팔, 다리 양쪽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또 다른 1구는 남성으로 추정되며 두개골과 다리뼈 한쪽이 확인됐다. 아이 유해는 두개골만 확인할 수 있었다.
수습한 유해는 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2007년과 2008년 제주공항 일대에서 진행된 발굴에서는 성인의 유해만 확인됐지만, 이번에는 영구치조차 나지 않은 어린아이의 유해까지 나와 현장을 찾은 4·3유족 등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장 권한대행은 "어린아이까지 죽이는 등 그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공사 중 발견된 유해를 옮겨 다시 암매장한 건 두 번 죽인 것이 아닌가. 수많은 시신이 이렇게 암매장되거나 훼손됐을까 안타깝다"고 했다.
평화재단은 2007년 유해발굴 보고서 중 정뜨르 암매장지에 대한 증언 중 '총소리와 차 소리, 아기 우는 소리와 여자들 소리 등을 들었다' 등의 내용이 이번에 발굴된 유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3년 공항 확장공사 당시 공항으로 편입된 도두동 4·3 학살터 '돔박곶홈'(동백나무가 많은 구릉)과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추가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이 일대에서 어린 아기를 포함한 일가족이 총살당했다는 내용의 증언들이 있었다.



또한 도두동과 함께 제주국제공항 내에서 진행한 발굴에서는 유해나 유류품 등이 확인되지 않아 4·3 유족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나온 '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공항 내 4·3 희생자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1번 뫼동산 인근, 2번 남북활주로 서쪽 구역, 3번 궤동산, 4번 교차활주로 인근, 5번 화물청사 동쪽 부근 등 5개 지점이다.
발굴은 이 가운데 1번과 2번 지역 내 3개 지점 9천900㎡에 대해 지난 7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3개월여간 이뤄졌다.
4·3평화재단이 한국공항공사와 제주지방항공청 등 유관기관과 검토한 결과 1번과 2번 지역은 남북활주로, 3번과 5번은 동서활주로를 폐쇄해야 발굴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활주로의 경우 시간당 항공기 34편이 이착륙하는 곳이라 폐쇄해 발굴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사용량이 동서활주로 대비 2∼3% 정도인 남북활주로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발굴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발굴에 앞서 지난 4월 5개 지점에 대해 진행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에서는 1번과 2-1번 지점에서 강한 반사 신호가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 내 발굴에서는 1지점에서 탄두 1점이 나온 것 외에 유해나 유류품, 유해 구덩이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2007년 진행된 공항 1차 유해발굴지 인근이자 여러 증언이 있었던 2번 지점에서는 유해나 유류품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4·3 유족들은 앞으로 계속 발굴작업이 이뤄져 행방불명 희생자 유족들에게 시신이라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랐다.
강창옥(82) 제주북부예비검속유족회 이사는 "공항 내에 시신이 수백 구 있을 텐데, 이번에 발굴되지 않아 아쉽고 안타깝다"며 "공항 운영 때문에 변두리만 발굴했는데 발굴작업을 더 벌여서 시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최후의 유해 한 구까지 유족 품에 안겨드릴 수 있게 4·3 유해발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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