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집권당, 대형 인프라사업 관련 공약 파기에 '분열위기'

입력 2018-10-31 00:24  

伊 집권당, 대형 인프라사업 관련 공약 파기에 '분열위기'
디 마이오 부총리, '오성운동' 지지층 이탈 조짐에 단결 호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에 편승해 지난 3월 총선에서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창당 9년 만에 단숨에 집권당이 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대형 인프라 사업을 둘러싼 말바꾸기로 심각한 분열 위기에 놓였다고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당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성운동은 지난 3월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전 정부가 추진해온 아드리아해횡단가스관(TAP)과 토리노와 리옹을 잇는 고속열차(TAV) 건설 사업 등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의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연정은 몇 개월에 걸친 사업 검토 끝에 TAP를 강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사업 철회 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 국고에 큰 손실이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TAP에 완강히 반대해온 이탈리아 동남부 지역 주민들과 오성운동의 지지자들 상당수는 TAP가 지날 예정인 풀리아주 멜렌두뇨에서 지난 28일 항의 집회를 열고, 공약을 파기한 지도부의 변심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집회에서 성난 지지자들에 의해 오성운동의 깃발이 불에 타는 등 반발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당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29일 당원들에게 단합을 호소하고 나섰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오성운동은 안팎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며 고대 로마 군단이 적의 침입에 맞서 똘똘 뭉친 것처럼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선에서 사소한 실수는 우리가 정복한 땅 모두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탈리아의 성공은 우리의 단합 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서유럽에 이르는 3천500㎞ 구간을 연결하는 국제 가스관인 TAP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약 400억 달러를 투입,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아드리아해에 면한 이탈리아 동부 주민들과 환경보호 활동가들은 지역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TAP 건설에 완강히 반대해 왔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우리는 TAP에 맞서 싸워왔으나, 전 정부가 맺은 국제 계약에 따라 지금 TAP를 백지화하면 이탈리아가 200억 유로(약 26조원) 이상의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며 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집권 후 TAP에 대한 공식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후에야 TAP 사업에서 발을 뺄 경우 물어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알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디 마이오의 이런 발언에 대해 중도 좌파 민주당이 주축이 된 전임 정부를 이끌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렌치 전 총리는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오성운동은 집권하면 2주 내로 TAP를 백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공약을 앞세워 표를 얻었지만, 이제 그들은 말을 바꾸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디 마이오 부총리가 친기업 성향의 연정 파트너인 '동맹'의 압박에 밀려 남부 타란토에 있는 대형 제철소인 ILVA의 존속을 결정하고, 세금을 포탈한 사람들을 사면해주는 방안을 동의하는 등 핵심 지지층의 철학에 위배되는 의사 결정을 잇따라 내린 것도 지지자들의 이탈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TAP의 강행이 결정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잇는 고속철도인 TAV의 운명에 모아지고 있다.
알프스 산을 관통하는 터널 건설 등으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주장하며 TAV 반대를 당론으로 삼고 있는 오성운동은 TAV 공사 중단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한 북부를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는 동맹은 TAV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북부의 교역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계획대로 건설을 계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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