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기술 적용한 '똑똑한 양식장'…스마트폰으로 원격 운용

입력 2018-10-31 14:19   수정 2018-10-31 15:33

4차 산업기술 적용한 '똑똑한 양식장'…스마트폰으로 원격 운용
수온 등 파악해 사료 적정 공급…사료비·인건비 절반가량 줄어
청년 일자리 창출·귀어 인구 증가 기대…안정적 전력공급은 과제




(하동=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하동군에서 25년간 바다 양식업을 해온 박이진(50) 씨는 요즘 육상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늘면서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박 씨는 스마트 양식장 도입 이전엔 해상 가두리 양식장 관리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거의 종일 일에 매달려야 했다.
박 씨의 삶을 바꾼 건 '스마트 양식장'이다.
그는 요즘 멀리 떨어진 육지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4천㎡ 규모 양식장의 각종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양식장 물속엔 무인 소형잠수정과 수중카메라가 실시간 움직이며 어류 상태를 보여준다.
박 씨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어류의 상황을 속속 들여다보고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양식장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어류의 먹이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육환경(수온·용존산소·염분)을 파악하고 적정 사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적정 조건으로 사료를 공급하면서 사료비가 이전 1억6천만원에서 8천만원 선으로 절반이나 줄었다고 박 씨는 소개했다.


양식장에는 수중영상을 통해 어류의 크기와 무게를 추정하는 기술도 적용돼 있다.
과거 양식장에서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했던 일이 크게 줄었다.
물속 산소가 부족할 때 용존산소를 자동으로 공급·조절하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양식 어류 폐사율이 크게 줄었다.
양식장에는 어군탐지 센서, 사육환경 제어장치, 어체 측정 장치, 양식장 환경측정센터 등이 갖춰져 지능형 자동 먹이 공급과 어류 선별도 가능해졌다.
박 씨는 "지난여름 유난히 무더웠지만, 스마트 양식장에서 키운 숭어들은 과거보다 훨씬 폐사율도 줄고 건강하게 자랐다"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손쉽게 양식장 먹이 공급과 건강관리 등이 가능해지면서 인건비 부담은 5분의 1로 줄었다.
이전에는 양식장 안 숭어 관리를 위해 5명이 매달렸지만 이제 2명이면 충분하다.
박 씨 양식장을 바꾼 바다의 산업혁명은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하면서 일어났다.
국내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층 진화한 스마트 양식장 기술이 도입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국립수산과학원은 의미를 부여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31일 경남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해상에 있는 박 씨 양식장에서 스마트 양식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해상 양식장에 스마트 양식기술을 접목하려고 3년간 연구 끝에 박 씨 양식장에 처음으로 초기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 씨 양식장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2억원이다.
스마트 양식장은 과거 오랜 세월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가능했던 양식산업에 대한 진입 문턱이 낮아져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귀어 인구 증가도 기대된다.
특히 스마트 양식장 도입 후 바다 환경이 과거 일반양식장 때 3등급에서 2등급 수준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육상 양식장이 아닌 해상 양식장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력공급 장치 보강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 씨 양식장 관리시스템 컨테이너엔 태양광, 풍력을 활용한 독립형 전원공급 장치가 설치됐으며, 비상 발전 공급을 위해 해저 케이블을 이용한 전력공급 장치도 갖춰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양식장 원격 운용"…'스마트 피쉬팜' 등장 / 연합뉴스 (Yonhapnews)
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이동길 박사는 "현재는 원격으로 양식장을 관찰하고 적정 사료를 줄 수 있는 초기 모델이지만 앞으로 정보통신기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연회에 참석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하동에서 1호로 시작한 해상 스마트 양식장이 앞으로 안전한 바다 먹거리 확보와 인건비 부담을 줄여 양식 어가에 시름을 덜어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장관은 또 "현재 도입한 투자 비용이 2억원인데 앞으로 일반 양식어가 보급형으로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설비를 갖춘 후 사료량, 인건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경제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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