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앞둔 인천 옐로하우스 종사자들 "일방적 퇴거통보 수용못해"

입력 2018-11-04 09:00  

철거앞둔 인천 옐로하우스 종사자들 "일방적 퇴거통보 수용못해"
실효성없는 자활지원조례로 비난까지 받아…"사람으로 대우해 달라"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미추홀구 숭의동의 속칭 '옐로하우스'에서 A씨는 10년을 지냈다.
중년에 접어든 그는 스무 살 때 신문에 작게 난 카페 종업원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처음 성매매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월급에 숙식까지 제공한다는 글에 혹해 전화하고 갔는데 '그런 곳'이었다.
당시 택시 기사를 하던 아버지는 고혈압 합병증 탓에 일을 그만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력도 거의 잃었다. 장녀인 A씨 아래로 동생만 줄줄이 넷이었다. 어머니도 돈을 벌기위해 나설 형편이 아니었다.
A씨는 "딱 갔는데 나 여기서 일 안 할 거라는 말을 못 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라며 "10살 어린 막내도 있고 누가 나가서 일해야 하니까 내가 그렇게 (성매매를) 하면서 그냥 가족들 위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그렇게 고향인 서울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지만, 누군가 알까 무서워 부산 완월동까지 내려갔다. 그곳은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였다.
업주는 성매매하고 받은 돈 10 가운데 6이나 7을 떼 갔다. 호객 일을 맡는 '현관 이모'는 혹여 아가씨들이 도망칠까 밤낮으로 감시했다. 길거리는 물론 목욕탕에도 혼자 갈 수 없었다.
아파서 일을 하루 못 나가면 그날 가게에서 가장 매상을 많이 올린 아가씨의 일당이 본인 장부에 지출로 적혔다. 일을 하루라도 못 나가면 그 일당이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는 구조였다.
30대 중반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어 업소를 나와 장사를 시작한 적도 있었지만 어렵사리 모은 돈만 몇 달 만에 모두 날렸다. A씨는 "솔직히 말하면 스무 살 때부터 이 일을 해서 배운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며 "뒤늦게 장사도 해 봤는데 사회 물정을 모르니 될 리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연히 연고가 없는 인천 옐로하우스까지 흘러들어온 게 벌써 10년 전이다. 옐로하우스는 1900년대 초 인천항 주변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홍등가 '부도 유곽'이 1962년 숭의동으로 이전하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고 2006년 숭의동 도시정비사업 계획이 세워지며 옐로하우스도 서서히 쇠락했다.
1990년대 말 90곳도 넘던 업소가 16곳으로 줄어들 동안 갈 데 없는 30∼60대 종사자 70여명은 여전히 이곳에 남았다. A씨도 마찬가지다.
올해 옐로하우스가 있는 숭의1동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주택 정비 사업이 추진되면서 종사자들은 당장 연말까지 나가야 할 처지다.
미추홀구가 이들에게 연간 최대 2천26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내용의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자 비난 여론까지 쏟아졌다.
조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불법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또 "'쌍팔년도'도 아닌데 누가 강제로 성매매를 하느냐" 또는 "사회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반발도 나왔다.



A씨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손님이 와서는 '다 2천만원씩 받았다면서요' 그러더라고요. 들은 얘기도 없었는데…"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들어본 적도 없는 지원 얘기로 일방적인 비난을 받는데 우리끼리는 '차라리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 도와줘서 욕이나 먹지 말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
A씨 옆에 있던 다른 성매매 종사자는 "우리가 왜 여기서 일하게 된 건지 아무도 속속들이 모르잖아요"라며 "죽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옐로하우스 종사자들은 주택조합 측의 일방적인 퇴거 통보에 따를 수 없다며 최근 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일반 주민은 이주 보상금 논의라도 하지만 우린 그런 것도 전혀 없고 이미 (업소에) 전기까지 끊었다"며 "성매매 업주와 토지주들은 지금껏 종사자들이 번 돈으로 수십 년간 호의호식하고는 이제 우리를 개 내쫓듯이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주나 주택조합과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이주 보상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우선 퇴거 시한으로 통보된 올해 12월 말까지 협의를 기다리며 옐로하우스에 계속 머물 예정이다.
A씨는 4일 "업주든 건물주든 철거 전에 인사 한 마디라도 하고 잘 이야기했으면 비용 얼마를 받든 문제 없이 나갔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서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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