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교류 상징으로 거듭난 2천년 전 허왕후

입력 2018-11-06 10:43   수정 2018-11-06 21:23

한·인도 교류 상징으로 거듭난 2천년 전 허왕후
모디 총리, 기념공원 행사에 고위급 파견 요청…韓, 김정숙 여사 방문 '화답'
"양국관계 연속성 보여줘"…'설화' 속 인물에 지나친 의미 부여 우려도



(아요디아[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고대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妃) 허왕후가 한국·인도 교류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남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을 통해 관계 업그레이드를 모색하는 한국과 인도가 2천년 전 인물인 허왕후를 양국 우호의 상징적 접점으로 삼는 분위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5일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한 면담에서 "허왕후 기념공원은 2천년 간 이어온 양국 관계가 복원되고 전 세계에 그 깊은 관계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차세대에도 양국 관계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6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아요디아의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하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앞서 모디 총리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디왈리 축제와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화답하면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결정했다.
특히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으로는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이후 16년 만의 단독 외국 방문 일정이라 한국이 인도에 남다른 배려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한국이 김 여사의 방문을 통해 대(對)인도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자 인도 측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결정되자 모디 총리가 직접 요기 아디티아나트 우타르프라데시 주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각별하게 대접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여사가 5일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주도인 러크나우에 도착할 때 주총리를 비롯해 주지사, 주 장관 4명, 경찰청장 등 주정부의 최고위 인사가 대거 영접에 나섰다.
러크나우 시 곳곳에는 김 여사의 방문을 환영하는 수많은 사진과 포스터가 붙었다.
인도 정부는 허왕후 기념공원 사업에 대해서도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애초 신규 기념공원 부지는 허왕후 기념비가 자리 잡고 있던 기존 2천430㎡ 규모의 작은 공원 부지에서 400∼500m 떨어진 곳에 마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결정되자 신규 공원은 기존 부지 바로 옆 훨씬 나은 입지로 불과 며칠 만에 재조정됐다.
서류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기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신규 부지 규모도 애초 계획된 1만㎡에서 1만2천776㎡로 크게 늘었다.
'삼국유사-가락국기'에 따르면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은 서기 48년 16세의 나이에 인도에서 바닷길을 건너가 김해 김씨의 시조인 가락국 김수로왕과 결혼했다.
김수로왕과 허왕후는 슬하에 10남 2녀를 뒀고 아들 두 명은 어머니의 성을 이어받았다. 이에 허왕후는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다.
아유타국 위치는 지금의 아요디아 일대로 추정된다고 국내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



다만, 역사적 고증 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설화 속 인물'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학계의 우려도 있다.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그의 저서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에서 허왕후가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는 후대에서 창조된 허구라며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에 김수로의 탄생 신화를 더욱 극적으로 꾸미기 위해 허왕후 이야기에 인도를 의미하는 아유타국을 집어넣은 것"이라며 지적했다.
허왕후가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 왔다거나 허왕후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불교를 한반도에 들여왔다는 것 모두 날조된 신화라는 것이다.
또 일부 학자는 허왕후가 인도가 아니라 중국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건너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기념공원 착공과 허왕후의 실존 여부 증명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기존 역사 기록을 토대로 인도와 교류할 수 있는 상징적 계기를 마련하는 데 의의를 두자는 것이다.

김 여사와 함께 인도를 방문 중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삼국유사라는 우리나라 문헌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안을 토대로 양국이 교류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이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인 고증은 후대 역사학자들이 맡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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