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1년] ① 언제쯤 돌아갈까…기약 없는 이재민들

입력 2018-11-07 06:31   수정 2018-11-11 07:14

[포항 지진 1년] ① 언제쯤 돌아갈까…기약 없는 이재민들
1년째 지긋지긋한 임시구호소 생활…안전점검 결과 놓고 市와 마찰
임대주택 간 이재민도 불안…"2년 안에 새집 지어야, 돈 없어 걱정"

[※ 편집자 주 =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됐습니다. 올해 2월 11일에는 규모 4.5 여진이 났습니다. 본 지진과 여진으로 118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습니다. 또 집이나 도로가 부서져 845억7천5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여진 발생 우려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지진 발생 1년을 맞아 포항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벌써 1년이 다 됐는데 이게 뭔교? 밖에서는 다 해결된 줄 알고 있는데 우리는 이주 문제가 해결이 안 돼 아직 여기서 살고 있다 아입니까."
지난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안에서 만난 70대 지진 이재민은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된 현재까지 이재민 임시구호소로 사용되고 있다.
1년 전 지진이 일어난 직후만 해도 이곳은 이재민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무료급식소, 각 기관이 설치한 천막 등으로 혼란스러웠다.
지진 직후에는 800여명이 대피해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던 이재민은 하나둘 정부와 포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한 보금자리로 이사해 떠났다.
또 일부 주민은 자신 집을 수리해 돌아갔다.
자원봉사단체나 종교단체, 각 기관에서 나온 사람도 줄면서 자연스럽게 한산해졌다.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등록된 이재민은 91가구 208명이다. 이 가운데 82가구가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실제로 머무는 주민은 30∼50명 정도라고 포항시 관계자는 전했다.
그나마도 낮에는 각자 직장이나 학교에 가고 볼일을 보러 나가기 때문에 5일 오후 찾아간 흥해실내체육관은 조용했다.
개인별로 생활할 수 있는 텐트가 체육관 바닥에 가득 차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주인이 없는 상태다.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만큼 포항시는 임시구호소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애초 시는 지진 피해 이재민이 대부분 새 보금자리로 옮겼고 자원봉사자 피로가 누적됨에 따라 올해 2월 10일 임시구호소를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추가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한 데다가 2월 11일에 규모 4.5 지진이 나면서 기쁨의 교회에서 운영하던 임시구호소만 철거한 채 흥해실내체육관 구호소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2층 규모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지진에 이어 올해 2월 11일 규모 4.5 지진이 나면서 외벽에 틈이 벌어졌고 내부 천장 구조물 일부가 휘었다.
이 때문에 체육관을 보수해야 하지만 이재민이 있어서 손을 대기 어려운 형편이다.
임시로 보강 철재로 덧대어놓았을 뿐이다.


이재민은 각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이나 흥해읍 내에는 한미장관맨션비상대책위원회가 붙여 놓은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마라', '엉터리 정밀안전점검 이재민은 두 번 운다'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재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지진으로 아파트 4개 동이 상당한 피해를 봤는데도 포항시 정밀안전점검에서 사용 가능 판정을 받아 이주대상에서 빠졌다"며 이주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5일 찾은 한미장관맨션에는 차나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주민 윤성일(67)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아이를 둔 가정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산다"며 "비가 올 때는 집에 물이 새고 천장이 점점 내려앉고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포항시는 한미장관맨션을 상대로 한 피해 건축물 조사에서 C등급이 나와 구조체에는 문제가 없고 보수한 뒤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건물 신축했을 때 건축구조 기준으로 판단해 복구 수리계획을 마련하게끔 돼 있다"며 "한미장관맨션 신축 당시인 1988년 설계기준을 적용한 결과 사용 가능하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은 자체 선정한 전문업체의'KBC 2016기준'을 적용한 구조안전성 검토에서 E등급이나 D등급을 받았다며 맞서고 있다.
KBC 2016은 2016년에 개정된 구조안전성기준이다. 1988년 기준보다는 훨씬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법적으로 소파(소규모 파손) 판정을 받으면 수리비 일부만 지원받지만 전파(전부 파손) 판정을 받으면 재난지원금과 의연금을 지원받고 대체 주거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현행 기준을 적용해 대체 주거지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포항시는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러다가 보니 임시구호소 운영에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재해구호법상 재해가 끝나지 않으면 구호소 운영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계속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주거지를 마련한 주민이라고 해서 편안한 것도 아니다.
임대주택에 들어간 지진 피해 주민은 최대 2년까지 살 수 있다.
2년 안에 새집을 마련해야 하지만 재건축은 대부분 지지부진하다.
흥해초등학교 인근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주택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가 있다.
지진으로 집이 부서진 32가구 주민이 올해 2월부터 살고 있다.
흥해읍 대성아파트나 경림뉴소망타운 주민이 많다.
이곳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2년 동안 여기서 살 수 있는데 그 안에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보일러가 아니라 전기 패널로 난방하다가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데 지금까지는 전기요금이 무료였지만 앞으로는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 사는 80대 주민 역시 "2년 안에 집을 지어서 나가야 하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경림뉴소망타운에 살았는데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소식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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