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창덕궁 희정당 내부는 100년전 첨단공간

입력 2018-11-11 11:58  

빗장 푼 창덕궁 희정당 내부는 100년전 첨단공간
문화재청, 11월 공개 이후 내년 3월 정식개방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를 보면 얼마나 공들여 만들었는지 느껴집니다. 일부 부품은 수입했어도 제작은 모두 국내에서 했습니다. 용이나 기쁠 희(喜) 문양이 그 증거입니다."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창덕궁 희정당(熙政堂) 내부가 처음으로 개방된 8일, 전각에서 가장 넓은 접견실에서 만난 신지혜 아름지기 팀장은 "희정당과 대조전 권역에 현대 조명시설 231기가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보물 제815호인 희정당은 선정전(宣政殿)과 대조전(大造殿) 사이에 있는 건물로, 대조전과 함께 왕과 왕비가 생활하는 내전 영역에 속한다.
본래 명칭은 숭문당이었으나 연산군 2년(1496) '밝은 정사를 펼친다'는 의미를 지닌 희정당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용도도 왕이 잠을 자는 침전(寢殿)에서 평상시 머무는 편전(便殿)으로 변경됐다.
희정당과 대조전은 1917년 화재로 소실됐고, 경복궁 강녕전과 교태전을 각각 옮겨 1920년 재건했다. 이 과정에서 희정당에 서양 생활양식과 물품을 적용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다.
단적인 예가 순종이 자동차를 타고 내리기 쉽도록 마련한 현관. 건물 창호는 한지가 아니라 유리창으로 마감했고, 내부에는 다양한 전등을 달았다.



문화재청은 금단의 영역이던 희정당 내부를 문화재지킴이 업체인 효성, 아름지기 도움으로 일부 정비한 뒤 11월 한 달간 시범 개방하기로 했다.
신 팀장은 "희정당은 계획 단계부터 근대적 성격을 띠도록 설계했다"며 "전기, 수도, 난방, 화장실 모두 서양식"이라고 강조했다.
현관에 올라 희정당으로 이어지는 ㅁ자 회랑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으로 옮기면 비서들이 근무하는 찬시실(贊侍室)이 있고, 모서리 지점에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에는 수세식 변기가 있고, 세면대 옆에는 1908년 런던에서 제작한 보일러를 설치했다. 화장실 옆 작은 공간은 칸이 나뉘었는데, 칸마다 푸른색 문양이 들어간 화려한 변기가 하나씩 있다.
화장실에서 접견실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대기실을 뒀는데, 창에는 커튼을 달았고 바닥은 나무를 짜 맞췄다.
접견실 옆은 순종 침실과 사무 공간이 있으나 아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다. 침실 앞 복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뚫은 구멍이 있는데, 라디에이터를 놓았던 자리라고 신 팀장은 설명했다.
희정당 관람 백미인 접견실에는 벽면 높은 곳에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이 그린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모사도가 걸렸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작년 12월 전시에서 공개한 두 그림은 가로 약 8.8m, 세로 약 2m인 대형 벽화로 비단에 그린 뒤 종이에 배접했다. 2015년까지 희정당에 있다가 보존처리를 위해 떼어냈다.
창덕궁 관계자는 "김규진 그림은 마지막 궁중 장식화로, 순종이 국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조선인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붉은색 카펫이 깔린 접견실에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서양식 가구가 지금도 있다. 노란색 의자에는 대한제국 상징인 오얏꽃 문양을 새겼고, 매로 보이는 동물 조각도 확인된다.
신 팀장은 "전등은 모두 수작업으로 세척했다"며 "전구는 대부분 1970∼1980년대 교체됐고, 대조전 샹들리에에서 1920년대 전구를 하나 찾았으나 필라멘트가 끊어져 불이 켜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희정당 시범 개방은 30일까지 목∼토요일에 하루 두 차례 진행하며, 관람권은 매진됐다. 문화재청은 내년 3월부터 희정당 내부를 정식 개방할 방침이다.
창덕궁 관계자는 "시범 개방에서 관람객이 제시하는 의견을 참조해 차근차근 고증과 복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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