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IMF때 감정의 질풍노도 겪으며 연기자 꿈 키웠죠"

입력 2018-11-20 14:26  

조우진 "IMF때 감정의 질풍노도 겪으며 연기자 꿈 키웠죠"
영화 '국가부도의 날'서 엘리트 경제 관료로 출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작년과 올해 출연한 작품만 10편이 훌쩍 넘는다.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시카고 타자기' '도깨비', 영화 '창궐' '강철비' '남한산성' '브이아이피' '보안관' 등 웬만한 화제작에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는 나오지 않는다. 악역과 선역, 코믹 연기를 오가며 매 작품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인 덕분이다. 배우 조우진(39) 이야기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우진은 '다작 요정'이라는 별명에 대해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배역을 받아들인다"며 "복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와 선배들이 저에게 안부를 물을 때 '너 요즘 뭐하니?'라고 묻는 대신 '너 요즘 작품 몇 개 하니?'라고 물어보시죠. 어떤 분은 '(이)경영 형은 이겼니?'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다작하고 있지만, 아직 저를 아는 관객보다 모르는 분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분들 앞에 조우진이라는 메뉴판을 만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죠."

그는 이달 28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 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에서 주연을 맡았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화보유액이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까지 긴박한 일주일을 그린 영화다.
조우진은 경제 위기에서 대기업 위주로 새판을 짜려는 재정국 차관 역할을 맡았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꾸린 컨트롤타워 실세로, IMF와 협상 테이블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한국은행 팀장 한시현(김혜수)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조우진은 "그동안 맡은 역할 가운데 가방끈이 가장 긴 고위직"이라고 소개했다.
"제 가방끈과 상관없이 맡게 된 역할인데, 엘리트 관료만이 지닌 우월감과 호흡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겁이 났죠. 다행히도 시나리오에 그런 기질들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었어요. 그래서 텍스트를 잘 파고 들면 조우진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도전의식이 생겼죠."

그는 배역을 위해 일부러 공무원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등 나름의 취재를 했다. 극 중 고압적이면서도 빈정대는 듯한 말투는 실제 만난 고위 공무원들의 말투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냈다.
"영화 속 차관 역시 경제 위기 속에서 또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지 사람 자체가 악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연기했어요. 자기 위치에서 그 시대의 기득권에 편승하고, 본인 혹은 본인이 속한 집단을 위해 무엇이든 다하는 인물이라고 봤죠."
조우진 역시 IMF 외환위기 한가운데를 지난 'IMF 세대'다. 그는 "제 인생에서 겪은 첫 번째 풍파인 동시에 '성숙 1단계'로 진입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때 학비가 없어서 대학교 등록을 못 했어요. 대신에 온갖 '알바'를 했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요. 레코드 가게부터 그 당시 유행한 노래방, 비디오방, 주점 등 각종 '방문화' 알바까지 섭렵했어요. 그때 '내 꿈은 무엇이고, 어떤 직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면서 목표를 이룰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유독 많이 울고 웃었고, 감정적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였어요."

조우진은 당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 접한 책과 음악, 영화들은 지금 연기하는 감정의 원천이 됐다.
"그 시기에 어릴 때 막연히 동경하던 문화예술 매체에 대한 꿈들이 앞으로 나타났어요. 그러면서 카메라 앞에 설 것인지, 아니면 뒤에 설 것인지 자문했죠. 고민해 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더 자신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어설프게 준비해서 대학 연기전공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살면서 그때만큼 속상했던 적은 없었죠."
한번 실패를 맛본 그는 오히려 연기에 대한 갈망을 확인했고, 결국 철저한 준비 끝에 몇 년 뒤 서울예대 연기과에 합격했다.
이후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뒤 2012년부터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진출했다. "배가 고파서" 연극 무대를 떠났지만, 무명의 시간은 계속됐다.
조연과 단역을 전전하던 그를 대중에 각인한 작품은 영화 '내부자들'(2016)이다. 감독판까지 9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에서 그는 이병헌과 배성우의 팔을 '썰라'고 사무적으로 지시하는 조상무를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10년에 아는 분께서 이름을 바꾸면 잘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지금 이름으로 개명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그 뒤로 잘 된 것 같긴 하다"며 웃었다.

그는 '국가부도의 날'에서 IMF 총재 역을 맡은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조우진은 "프랑스를 문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데, 그분 자체에서도 그런 자부심과 우월감이 느껴졌다"면서 "아티스트적인 면모로 가득 차 있었고, 한국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분의 눈에서 소년의 모습을 봤고, 그런 점이 남녀노소를 끌어당기는 마력인 것 같다"고 떠올렸다.
조우진은 이번 작품은 "어른스러운 영화"라면서 "영화를 보고 각 세대가 다 같이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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