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뽀로로' 탄생 15년…K애니가 신한류 이끈다

입력 2018-11-23 07:30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뽀로로' 탄생 15년…K애니가 신한류 이끈다


(서울=연합뉴스) 2003년 11월 27일 오후 4시 25분, EBS TV에서 5분짜리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첫선을 보였다. 제목도 생소할뿐더러 펭귄·백곰·여우·벌새에 공룡·로봇까지 등장하는 등 캐릭터 구성도 뒤죽박죽이었다. 그러나 유아 시청자들의 눈엔 '딱'이었다. 52편짜리 시즌1부터 EBS에선 파격적인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줄곧 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30개국에 수출됐으며 프랑스에서는 평균 시청률 57%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캐릭터 상품도 동반 인기를 누려 최근 팔도의 어린이용 음료 '뽀로로'는 해외 누적 판매량이 2억 병을 돌파했다. 인터넷에서 '뽀로로'란 이름이 붙은 상품을 검색하면 무려 2만 종이 넘게 나온다. 게임·뮤지컬·완구류·문구류 등은 물론이고 신발·우산·자전거·비데·칫솔·감기약·요구르트·전화기·글자체 등 다양한 분야에 뽀로로 캐릭터가 쓰이고 있다. 뽀로로 테마파크도 서울·광주광역시·부천·고양·성남·세종·청주·경주 등에 이어 중국·태국·싱가포르에까지 진출했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 뽀느님(뽀로로+하느님)이란 별명을 얻는가 하면 유아가 있는 가정의 평화에 기여했으니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거나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가 '뽀로로' 영상만 틀어놓으면 조용해지는 광경을 누구나 한 번쯤 목격했을 것이다. 2011년에는 아기의 두 다리가 주전자에 꽉 끼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부모와 달리 아기는 119구조대원이 출동해 꺼내줄 때까지 '뽀로로'를 시청하느라 얌전히 있었다는 일화도 있다.

2010년 피겨 여왕 김연아가 우표로 발행됐을 때 192만 장이 팔려나갔다가 이듬해 '뽀로로' 우표가 32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우자 한때 '김연아의 굴욕'이란 말이 유행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부모와 함께 이탈리아로 이민한 어린이가 친구들에게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받던 중 '뽀로로의 나라에서 왔다'고 말하니 모두 '와우'라고 하며 부러움을 표시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최상현 작가가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아이코닉스(대표 최종일)와 오콘(대표 김일호)이 공동 제작했다. 북한의 삼천리총회사도 힘을 보탰다. 최종일 대표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개·고양이·토끼·곰 등은 이미 유명한 캐릭터들이 있어 펭귄·여우·공룡 등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엄청난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나 완벽한 외모의 왕자·공주 대신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외모와 성격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캐릭터와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줄거리가 성공의 열쇠가 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눌려 하청공장 취급을 받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업계가 국산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는 1976년 극장에서 개봉된 '로보트 태권V'다. 이후로도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 '떠돌이 까치', '영심이', '머털도사', '내 친구 우비소년' 등이 TV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이 가운데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선두 주자는 '아기공룡 둘리'다. 1983년 4월부터 '보물섬'에 연재된 뒤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져 1987년 KBS 전파를 탔으며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합작 제작을 추진하다가 IMF 외환위기 탓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독일 등 10여 개국으로 수출했다. 2000년 12월 경기도 부천에 '둘리의 거리'가 조성되고, 둘리가 성인이 된 2003년 4월에는 부천시로부터 주민등록번호(830422-1185600)를 부여받고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2007년 9월에는 작가 김수정이 살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2-2'를 본적으로 하는 호적등본(가족관계증명)도 만들어졌다.


뽀로로 이후에도 '꼬마버스 타요', '마당을 나온 암탉', '로보카 폴리', '안녕 자두야', '변신 자동차 또봇',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 등이 K애니(국산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변신기차, 로봇트레인 S2'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제작한 뒤 한국어로 더빙했다. 최근 극장판으로도 나온 '신비 아파트'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반응을 미리 확인하는 전략으로 투니버스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고, '레이노우 루비'와 '미라큘러스'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뿌까','라바', '마시마로', '카카오프렌즈'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해외 진출 성적도 눈부시다.

그러나 K애니는 아동용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40%로 추정되는 성인용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TV 시리즈물이나 모바일에서와 달리 극장용이 약세란 점도 문제로 꼽힌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성장한 34억4천918만 달러(약 3조8천941만2천422만 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게임이 62.14%로 압도적이며 다음은 캐릭터(8.44%), 지식정보(8.12%), 음악(5.92%), 방송(5.64%), 출판(2.89%), 콘텐츠 솔루션(2.73%), 애니메이션(1.45%), 광고(1.28%), 영화(0.80%), 만화(0.62%) 순이다. 이 가운데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와 9.9% 성장했다.

문화 콘텐츠 수출의 효과는 금액만으로 따질 수 없다.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한국인의 이미지를 개선해 'Made in Korea' 상품의 해외 진출을 돕고 우리나라를 매력 국가로 만든다. 더욱이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주소비층의 나이가 어려 훨씬 영향력이 크고 지속성도 강하다.

1990년대 후반 TV드라마와 K팝으로 시작된 한류는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 무렵 K팝이 글로벌 협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게임과 캐릭터 등이 디지털 모바일 기술로 무장해 장르의 폭을 넓히고 동아시아 중심에서 탈피해 이룬 흐름이 바로 신한류(新韓流)다. '뽀로로' 탄생 15주년을 맞아 신한류의 한 축인 K애니의 분발과 도약을 기대해본다. (한민족센터 고문)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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